윤석열 대통령이 새해부터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스위스 다보스로 출격하는 가운데,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다보스에서 한국경제 IR(투자설명회) 성격의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전 세계 정·재계, 학계의 유명 인사가 한자리에 모이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우리나라 경제부총리가 한국경제 설명회에 나서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1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오는 16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스위스 휴양지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서 글로벌 투자자 대상 한국경제 간담회가 다보스포럼의 한 세션으로 추진된다. 추 부총리가 직접 마이크를 잡을 예정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미국 뉴욕 롯데 팔래스호텔에서 취임 후 첫 한국경제설명회(IR)를 진행한 모습.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국 경제부총리가 다보스포럼에 참여하는 것이 흔치 않은 일이라 WEF 측에서 금융·기업인 등 글로벌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국 경제와 관련한 1시간가량의 간담회 세션을 갖는 것이 어떠느냐고 제안해 왔다”며 “WEF 측에서 현재 해당 행사에 참석할 투자자를 모집 중”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과 추 부총리 등 우리 측 대표는 다보스포럼을 계기로 연초부터 적극적으로 ‘경제 외교’에 뛰어드는 분위기다. 다보스포럼은 주요 정상들과 유수의 학계, 시민사회 리더들이 모여 국제 현안을 논의하는 민간 주도의 국제회의로, 올해는 ‘분열된 세계에서의 협력’을 주제로 한다. 특히나 우리 대통령이 이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9년 만이다. 국내 주요 그룹 총수를 비롯한 100여개 기업으로 구성된 대규모 경제 사절단이 이번 순방에 동행한다.

더욱이 경제부총리가 이 행사에 참석하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2011, 2012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제 멘토인 사공일 당시 경제특보가 참여한 적은 있었다. 2015년엔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이, 2017년엔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의 미국 IR 출장으로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참석한 바 있었다.

추 부총리의 스위스 투자자 간담회가 성사될 경우, 지난해 10월 미국 뉴욕 IR 이후 두 번째 한국경제 설명회 성격의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된다. 당시 추 부총리는 미 뉴욕에서 블랙스톤·브룩필드 등 세계 최대 글로벌 투자은행 및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취임 후 첫 IR을 개최한 바 있다. 당시 주요 이슈였던 원화 약세, 경상수지, 가계부채 등 한국의 대외건전성에 대한 질의가 오갔다.

한편 이번 다보스포럼에선 우리나라 국채 시장 선진화와 관련한 행보도 예정돼 있다. 국제예탁결제기구 ‘유로클리어’와의 만남을 추진하는 것이다. 유로클리어는 외국인이 각 국가 내 개별 투자등록이나 증권투자전용계좌 개설을 않고도 통합계좌를 활용해 자유롭게 국채와 통화안정증권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통로다. 한국에서 이를 운영하려면 외국인 ‘국고채 비과세’ 등이 전제돼야 하는데 지난 1월 1일 자로 개정 세법이 적용되면서 본계약을 맺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된 만큼, 이와 관련한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법 개정이나 유로클리어 계약 등은 모두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위한 조건을 갖추는 작업의 일환”이라며 “올 3분기 WGBI 편입 목표 등 정부는 국채 시장 선진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 우리나라 국채는 WGBI 워치리스트(Watch List·관찰대상국) 등재에 성공했다. WGBI 편입이 성사되면 우리나라 국채 시장에 약 50조~90조원에 달하는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