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25bp(1bp=0.01%p) 올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아직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올해 금리 인하는 없다'고 못 박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주요국의 긴축 행보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에도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다만 안정세를 찾은 환율과 최근 다시 흔들리는 자금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동결을 주장하는 신중론도 제기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2021년 8월 시작된 이번 금리 인상기의 '엔딩 포인트'(금리 인상 종료 수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10명 중 6명이 이번 인상을 끝으로 연 3.5% 수준에서 금리 인상을 종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나머지 4명은 1월 금리 인상 결정 이후에도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려 연 3.75% 수준으로 마무리 지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부분 엔딩 포인트 도달 이후 연말까지 이런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일부 전문가는 경기 하방 압력이 가중되면서 하반기 금리 인하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조선비즈가 8일 국내 증권사 거시경제·채권시장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10명 전원이 한국은행이 오는 13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연 3.25%에서 연 3.5%로 0.25%포인트(p) 인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뉴스1

◇ 10명 전원 1월 기준금리 연 3.25→3.5% 전망

높은 물가가 금리 인상 전망의 단연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대를 기록해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물가 오름세를 부추기는 전기·가스요금 인상 압박도 여전하다. 한국전력공사는 올해 1분기(1~3월)에 적용하는 전기요금을 1킬로와트시(㎾h) 당 13.1원 올렸다. 1분기 가스요금은 동결됐으나 이미 지난해 40%가량을 올려둔 만큼 여파가 여전하다. 이른 설 명절을 앞두고 채소 물가 급등이 물가를 자극할 또 다른 복병으로 꼽히고도 있다.

수요 측 물가 압력도 쉽사리 둔화하지 않는 모습이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12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 5% 중 서비스 물가 상승 기여도가 2.11%p로, 지난해 6월 이후 2%p대를 여전히 이어가는 만큼 아직 수요 측 물가 압력도 높다"며 "이것이 당장 내려갈지에 대한 불확실성도 2월까지는 잔존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이창용 총재가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 기조를 지속할 것이라고 언급했다"며 "지난 수정 경제전망에서 보듯 경기둔화 우려에도 높아진 물가의 경직성을 감안하면, 한은도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고물가 대응에 더해 주요국이 여전히 긴축 기조를 지속하는 점 역시 이번 금리 인상 전망에 설득력을 더한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상반기 경기 부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현시점이 추가 인상의 적절한 시기일 것"이라며 "미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 중앙은행도 1~2월 회의에서 추가 긴축을 이어갈 것이 확실시돼 내외금리차 확대도 부담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했다.

다만 이번 금통위에서 결국 금리 인상이 결정될 것이지만, 인상에 반대하는 1~2명의 소수의견이 존재할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 금리 인상 결정을 통해 한은 금통위원들의 중립 성향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로 안정세를 이어가면서 금리 인상 필요성이 희석되는 데다가, 자금경색 우려 등 지금은 금융시장의 안정도 고려해야 하는 시기"라면서 "수출 부진 등도 근거로 들어 추가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금통위원들의 중립 성향이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 6명 "1월 인상하고 멈춤" VS 4명 "1·2월 연속 올리고 마무리"

전문가들은 1월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만장일치의 전망을 내놓았으나, 이번 금리 인상기의 종료 수준이나 시점을 묻는 엔딩포인트에 관해서는 견해가 갈렸다. 줄곧 기준금리를 동결해 온 한은은 2021년 8월 연 0.5%에서 연 0.75%로 0.25%p 인상을 단행한 후 지난해까지 총 9차례에 걸쳐 금리를 올려왔다. 이번 금리 인상기는 1년 반째 이어져 오고 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문가 10명 중 6명은 이번 달 금리 인상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 3.5%에서 멈출 것이라는 의견이다. 조용구 위원은 "외환시장이 확연히 안정세로 전환됐고 '부동산 시장 연착륙' 필요성이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에 위치하고 있다"며 "경제 펀더멘탈(기초 체력)을 훼손하면서까지 과잉 긴축을 할 필요성은 축소됐다"고 이야기했다.

10명 중 4명은 연 3.75%까지도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1월 0.25%p 금리 인상 단행 후 2월 또다시 0.25%p를 인상할 수 있다고 내다본 것이다. 물가 수준이 단기간에 한은의 목표치까지는 내려오기 힘들 것이기 때문에,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기조를 고려할 때 한번 정도의 금리 인상이 추가로 단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의 물가안정목표는 2%다.

대부분 전문가는 1분기 중 최종 금리가 달성된 뒤 연말까지 이런 수준으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다만 연내 금리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1명 있었다. 윤여삼 연구위원은 "2분기까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 구간이 지난 이후 3분기까지는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4분기 물가 통제력을 확보한 이후에는 심각한 경기 침체를 보이지 않더라도 중립금리(연 2.5%) 이상의 긴축 영역에 대한 긴장을 완화하는 여건에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