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개발한 롤러블 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시제품. /LG디스플레이 제공

정부가 디스플레이를 국가전략기술로 신규 지정한다. 중국의 기술굴기로 디스플레이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내주는 등 디스플레이 산업 경쟁력이 휘청이는 상황에서 설비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해 '기술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 1%대 초저성장이 예상되는 내년 기업들의 시설 투자를 독려하기 위해 투자증가분에 대한 공제율을 10%로 상향하기로 했다. 디스플레이 중소기업의 경우 설비 투자비용에 대해 최대 26%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기업이 설비 투자 재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총 50조원 규모의 시설투자 금융 지원 프로그램도 함께 제공하기로 했다.

환변동과 고금리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수출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360조원 규모의 무역 금융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역대 최대 규모의 무역 금융 지원 등 범정부 차원의 수출 지원으로 한국이 수출 5대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는 전략이다.

◇ 투자 인센티브 극대화…'기업투자 활력 3종 세트' 마련

정부는 21일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이 같은 내용의 '기업 투자 활력 3종 세트'를 제시했다.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애로를 해소해 기업투자 확대를 유도하고, 규제 혁신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정부는 우선 반도체, 이차전지, 백신에 이어 디스플레이를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상 '국가전략기술'에 추가하기로 했다. 그동안 디스플레이는 조특법상 신성장·원천기술로 구분됐다. 신성장·원천기술로 지정된 업종은 시설투자에 대해 대기업은 3%, 중소기업은 12%의 세액 공제율 혜택이 제공된다. 국가전략기술은 대기업 6%, 중소기업 16%로 세액 공제율 혜택이 늘어난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는 지난 7월 발표한 '2022년 세제개편안'에서 국가전략기술 대기업의 세액 공제율을 8%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그래픽=이은현

그동안 정부 내에선 디스플레이를 국가전략기술에 추가하는 것을 놓고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줄다리기를 해왔다. 산업부는 디스플레이 업계의 요구를 반영해 윤석열 정부 출범 전부터 국가전략기술에 디스플레이를 추가하는 방안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으나, 매번 세수 축소를 우려하는 기재부의 반대에 가로 막혔다. 하지만 지난 10월 27일 생중계로 진행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세제 혜택을 과감하게 해주면 투자가 늘어나니까 정부도 손해 볼 게 없다"며 "기재부에 강력히 요청해서 세제 지원을 대폭 끌어내라"고 산업부 편을 들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지난달 4일엔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가 디스플레이를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선정하며 분위기를 이어갔다. 정부 내에선 '산업부의 줄기찬 요청과 윤 대통령의 지원 사격에 결국 기재부 세제실이 두 손을 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또 투자증가분에 대한 공제율을 일반/신성장·원천기술(3%), 국가전략기술(4%) 모두 일괄적으로 10%로 상향한다. 2023년 투자분에서 직전 3년(2020~2022년) 평균 투자액을 뺀 금액에 대해선 10% 세액 공제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디스플레이 등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된 업종은 최대 18%(대기업)에서 26%(중소기업)까지 세액 공제 혜택을 받게 된다.

기업의 설비 투자 자금 마련 애로를 해소하기 위한 금융 지원도 추진한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을 통해 설비투자 맞춤형 특별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해, 시중 대출금리 보다 1%포인트 금리 우대 혜택을 제공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해당 프로그램은 미래성장동력 산업에 대해 폭넓게 지원하되, 신성장 4.0 프로젝트에 대해 우선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은 5조원 규모 중소기업 설비투자 특별 보증 프로그램을 공급한다. 보증 비율을 상향하고 보증료 차감 등 혜택을 제공하게 된다. 이와 별도로 산업혁신과 생산성 제고를 위해 산은은 11조원 규모 혁신성장산업지원자금을 제공하고, 기은은 1조5000억원 규모 ESG 경영 성공지원자금을 공급한다.

◇ 360조 무역금융 + 연 500억달러 인프라 수주 지원

올해 5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무역수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수출 활성화 방안도 추진한다. 정부는 우선 무역 금융 규모를 역대 최대 수준인 360조원으로 확대해 환변동·고금리·지정학 불안 등 리스크 요인에 대비한 맞춤형 지원에 나선다.

우선 중소기업에 대해선 환변동 보험료 할인율을 30%포인트 확대할 예정이다. 아울러 중견기업과 중기의 수출 다변화를 지원하기 위한 특별우대 프로그램을 신설해 금리·보증료 등을 우대할 방침이다.

기업이 대출금 상환시 유리한 통화를 선택할 수 있는 '통화전환옵션부대출'도 공급한다. 외화유동성 공급도 2018~2022년 평균 대비 89억달러 확대한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최대 1.5%P(포인트) 금리 우대 혜택을 제공하는 수출 기업 지원 프로그램의 기한을 내년말까지 연장한다.

해외 인프라 연간 500억달러 수주와 세계 방산수출 4대 강국 도약을 위한 패키지 지원도 마련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 신도시 프로젝트'와 인도네시아 신수도 이전, 폴란드 신공항 등 굵직한 해외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외교·금융 총력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월 1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열린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와의 회담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원전 수출 확대를 위해 국가별 원전 수요를 분석해 범정부 차원의 세일즈 외교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원전수출전략추진위를 중심으로 현재 프로젝트가 진행중인 체코와 폴란드 원전 수주에 집중할 예정이다.

올해 170억달러 수출액을 기록하며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급부상한 방위 사업과 관련해선 권역·국가별 수출 지원 전략을 수립해 민관 총력전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유망 중소·벤처기업들이 방산 수출 수주를 할 수 있도록 1200억원 규모의 방산기술 혁신펀드도 조성한다. 무기체계 구매국이 품질에 만족할 수 있도록 군 차원의 운용 노하우 전수 및 후속 군사지원 등 포스트 세일즈 활동도 병행한다.

자유무역협정(FTA)와 공적개발원조(ODA) 등 국제 협력 채널을 통한 수출 저변 확대도 꾀한다. 정부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등 다자간 경제협력체 참여와 중동·중남미·아프리카 국가와 FTA 체결을 추진한다. 한·중 FTA 서비스·투자 후속 협상과 한·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 개선 협상 등 기존 경제 협력의 발전도 모색한다.

ODA는 4조5000억원 규모로 확대하고,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도 지원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 같은 수출 전략이 효율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내년 상반기 중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출전략회의'도 개최할 예정이다. 수출전략회의에선 ▲주력산업 ▲해외건설 ▲중소·벤처 ▲관광·콘텐츠 ▲디지털·바이오·우주 등 5대 분야를 중심으로 수출 경쟁력 제고 방안을 다루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12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 M&A 벤처투자 상장법인 투자비율 20% → 50% 상향

정부는 민간 중심 벤처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인수합병(M&A) 시장 규제를 완화한다. 우선 M&A 벤처펀드의 상장법인 투자 비율을 현행 20%에서 50%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M&A 벤처펀드가 투자목적회사(SPC)를 설립할 때 피인수기업의 대주주 등 이해당사자도 출자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한다. 피인수 기업의 임원과 대주주 등을 해당 투자에 참여시켜 책임 경영, 안정적 기업 가치 제고 등을 노릴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또 기보가 구축한 기술거래 플랫폼 '스마트 테크브릿지'에 M&A 관련 정보를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재는 기술거래 플랫폼에서 기술 이전과 사업화 등 정보만 제공했으나, 은행과 M&A 중개기관 등 민관기간이 보유한 기업 매입·매각 정보까지 제공해 명실상부한 M&A 거래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고금리와 경기 위축으로 경영난이 우려되는 중소기업을 위해선 50조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한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따른 중기의 비용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12조원 규모의 맞춤형 정책 자금을 지원하고 혁신산업 및 창업·벤처기업엔 33조원 규모의 투자자금을 지원한다. 취약기업에 대해선 5조원 규모의 재기 지원 자금도 공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