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주재한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는 당초 100분으로 잡혀 있었으나 열띤 토론이 진행되면서 예정된 시간보다 50분 더 진행됐다. 주요 방송사를 통해 생중계가 됐던 생방송 토론이 1시간 가까이 연장된 것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평가다.

▲거시 경제 ▲지방분권 ▲노동·교육·연금개혁 등 3개 세션으로 나눠 진행된 점검회의는 세션이 진행되면서 국민 패널과 윤 대통령 간의 '직문직답'처럼 흘러갔다.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국민패널들의 질문도 "이 자리에서 대통령께 확답을 꼭 듣고 가고 싶다", "정부의 교육개혁 철학을 듣고 싶다", "정부는 연금개혁을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추진할 의지가 있나" 등 과감해졌다.

이날 점검회의에 참석한 100인의 국민 패널 중 질문 기회는 15인에게 배정됐다. 첫 질문은 아이를 두 명 키우는 전업주부 이주현씨였다. 이씨는 장바구니 물가와 금리 인상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이자 부담이 커졌다며 "평범한 서민을 위한 해결책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어 충남 당진에서 27년 넘게 떡집을 하고 있는 자영업자가 "물가 상승과 인건비 부담에 많은 자영업자들이 문을 닫는다"며 "저 같은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장사를 잘 하도록 정부가 도와달라"고 했다.

주택 마련을 희망하는 30대 청년은 주택 공급 계획과 전세 사기 대책을 물었다. IT 기반 부동산중개업체인 직방의 빅데이터랩장은 부동산 시장 경착륙에 대한 정부 대책을 묻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는 정치 논리나 이념에 매몰되선 안 된다"며 "분양이나 임대로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주거 복지 정책과 규제나 금융지원, 부동산 관련 세제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는 책임이 정부에 있다"고 답했다. 전세사기 피해 대책과 관련해선 "오늘 아침 국토부와 법무부에 전세입자들에 대한 합동법률지원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이분들에 대해 법률 지원을 하기로 했다"며 "법원에 등기명령 판단을 신속하게 받아냄으로써 전세금 반환 보증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저희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를 주재하는 가운데 대구역 맞이방에서 시민들이 텔레비전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뉴스1

90대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는 중년 여성은 건강보험 재정 고갈에 따른 보험료 인상 여부를 질문했다. 서울 용산구 남영동 주민센터에서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생계비 58만원 지원이 부족하다는 민원을 일선에서 많이 받는다"며 최저생계비 인상 여부와 노인 고독 관련 복지 정책 강화 방안을 물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생계비 지원만 하라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며 "선진국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노인친화형 공동주택 개발을 보건복지부가 기획하고 추진해주길 당부한다"고 했다.

치안 관련 질문도 나왔다. 고려대에 재학중인 한 여대생은 "여성 대상 범죄가 끊이지 않는다"며 "젊은 여성과 가족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했다.

최근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마약 문제의 심각성을 부각하기 위해 과거 마약 중독 사실을 고백한 패널도 있었다. 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에서 근무한다고 소개한 이 패널은 "마약 확산 추세가 너무 심하다. 10대들이 SNS로 마약을 구매할 수 있는 현실"이라며 "마약중동자의 사회 복귀를 위해선 재활이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재활 지원이 매우 부족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여성에 대한 성범죄, 스토킹 범죄, 폭력 범죄는 강력하게 대처할 수 있는 실체법을 아주 촘촘하게 설계해야 한다"며 "매우 신속하게 여성이 불안해하지 않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10여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마약 청정국이었다"면서 "어느 때부터 검찰이 (마약수사에)손을 놓고 경찰만 업무를 담담하다보니 업무 효율이 떨어진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마약 값은 싸진 반면, 역으로 환각성은 더 높아졌다. 피자 한판 값으로 마약을 살 수 있다"며 "지금부터 전쟁하듯 막으면 막을 수 있다. 정부가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했다.

이어진 패널 질문에선 노동·교육·연금 개혁에 대한 정부 의지를 묻는 질문이 쏟아졌다. 질문기회를 받은 한 30대 주부는 최근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를 언급하며 "법과 원칙이 뿌리내려서 모든 국민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고, 서울교통공사의 송시영 노조위원장은 "기존 노조가 노조의 본질을 벗어난 행동을 한다고 느꼈다"며 "파업의 주된 이유가 근로자들의 임금과 처우 개선인데, 원인 파악과 해결 없이 무조건 파업을 하는 것은 명분이 부족하다"고 했다.

경기도 일산에서 식자재 마트를 운영한다고 소개한 한 여성패널은 "30인 미만 기업은 주52시간 근무에서 8시간 추가 근무 허용하는 게 이번달 일몰로 폐지된다"며 "일몰 연장이 너무나 절박하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에게 꼭 확답을 듣고 싶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탄력적 운영이 30인 이하 기업에서 되도록 추진하고 있지만, 국회에서 아직 협조를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선을 다해 야당을 설득해 연내 개정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교육개혁과 관련해선 박주형 경인교대 교수가 "현 정부의 교육개혁 철학을 듣고 싶다"고 했고, 초등학생 자녀를 둔 여성 패널은 "입시교육 위주로 초등학생들이 밥도 제때 먹지 못하고 학원을 다닌다"며 "정상적인 학교 교육이 되도록 정책을 펼쳐달라"고 했다.

마지막 패널 질문은 연금 개혁 분야였다. 연금 개혁에 관심이 많다고 소개한 30대 남성 패널은 "청년들은 미래에 연금 수령할 수 있을지 노후가 걱정된다"며 "정부는 연금개혁을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추진할 의지가 있나"고 물었다.

윤 대통령은 "연금개혁은 결국 우리 미래 세대가 열심히 살겠다는 의지를 가질 수 있게 해주는 나라 지속가능성에 대한 문제"라며 "과거 정부에선 연금 얘기를 꺼내면 '표가 떨어진다'며 본격적으로 논의가 안 됐다. 지난 정부에선 얘기가 안 나왔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수십년간 지속할 수 있는 연금개혁 완성판이 나오도록 지금부터 시동을 걸어야 한다"며 "역사적 책임과 소명을 정말 피하지 않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