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 12위 수준까지 성장했지만, 우리나라 국민은 그만큼 행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행복지수는 우리보다 경기 불안을 더 겪는 아르헨티나나 그리스보다 낮았고, 우리 학생들은 돈·성적·자격증 등 물질적인 것을 행복의 척도로 여겼다. 빈곤과 외로움에 허덕이는 노인은 우울감에 시달렸다.

서울의 한 초등학생이 가족과 함께 등교하고 있다. / 연합뉴스

통계청은 13일 이런 내용이 담긴 '한국의 사회동향 2022′를 발표했다. 통계청이 '2022 세계 행복보고서'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2019~2021년 한국의 행복지수는 5.935점으로 조사 대상 146개국 가운데 59위에 올랐다. 순위만 따지면 중간보다 위에 있으나, 점수로 보면 중간값인 6점에 미치지 못했다.

한국의 행복지수는 필리핀(60위·5.904)과 태국(61위·5.891), 중국(72위·5.585점)보다는 높다. 그러나 미국(16위·6.977점), 일본(54위·6.039점), 아르헨티나(57위·5.967), 그리스(58위·5.948) 등에는 밀린다. 행복지수 1위는 7.821점을 받은 핀란드가 차지했다. 그 뒤를 덴마크(7.636점), 아이슬란드(7.557점), 스위스(7.512점), 네덜란드(7.415점) 등이 따른다.

왜 한국은 국가의 부유함과 국민의 행복감이 별개로 움직일까. 우선 어린이를 보면 사교육 광기와 물질우선주의 풍토가 아이들을 스트레스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18년 아동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동·청소년의 '삶의 만족도'는 6.6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국을 제외한 OECD 주요국 평균은 7.6점이다.

지난해 말 한국방정환재단이 공개한 '한국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결과도 비슷했다. 조사 대상인 OECD 22개국 중 한국 어린이·청소년의 행복지수는 22위로 꼴찌였다. 눈여겨볼 지점은 이 조사에서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돈·성적·자격증 등의 물질적 가치를 꼽은 아이들이 38.6%로 가장 많았다는 사실이다. 2009년 조사와 비교해 가족·친구 등 관계적 가치를 꼽은 비율은 10.8%포인트(p) 줄어든 반면 물질적 가치는 9.5%p 증가했다.

물질적인 것을 행복의 척도로 여기는 분위기는 삶의 만족도를 떨군다. 통계청은 "초·중·고 학생들의 삶의 만족도가 2017년 이후 낮아져 2021년에는 초 4.1점, 중 3.7점, 고 3.5점으로 더욱 하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불행한 건 노인도 마찬가지다. 한준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우리 국민의 주관적 웰빙 수준을 조사한 결과, 노후에 대한 불안과 빈곤 문제로 50대 이후로는 웰빙 수준이 낮게 나타났다. 주관적 웰빙 수준은 삶의 만족도, 행복감, 우울감, 유데모니아(자신의 일에 대한 보람 등 가치) 등으로 측정한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3.4%로 OECD 평균인 13.1%보다 3배 이상 높다. 또 2021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235만9672명 중 65세 이상 수급자 비율은 37.6%(85만2396명)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 교수 연구에서도 60대 이상의 우울감이 3.8점으로 가장 높았다. 특히 2019~2021년 60대 이상의 우울감 상승폭(0.4점)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우울감은 고독사로 이어진다. 노인들이 혼자 살다가 쓸쓸하게 생을 마감한 사례가 지난해에만 3000건을 넘어섰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3배가량 늘어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