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1000채가 넘는 빌라와 오피스텔을 임대하며 이른바 '빌라왕'이라 불리는 40대 임대업자 김모씨가 지난 10월 갑자기 사망하면서 세입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지만 마땅한 해법은 보이지 않고 있다.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한 세입자들도 많지만 '구상권을 청구할 집주인이 사라졌다'는 이유로 대위변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회에선 전세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전세피해자 임차보증금 대출'과 각종 전세사기 방지 대책이 여야 정쟁 속에 처리가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13일 국회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담은 '전세피해자 임차보증금 대출' 사업은 현재 야당의 '공공임대 확대' 요구에 밀려 진통을 겪고 있다.
전세피해자 임차보증금 대출은 전세피해자 1인에 최대 1억6600만원까지 1%대 저리로 자금을 대출해 주거공간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최대 1000명까지 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내년 예산에 1660억원을 편성한 상태다.
이와 관련,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서민들이 전세피해로 눈물 흘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내년에는 전세보증금을 더 낮은 이자율로 지원받을 수 있도록 주택도시기금에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문제는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공공임대주택 예산 확대를 요구하며 관련 예산의 감액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달 공공주택을 지어 국민들에게 분양하는 사업의 예산은 삭감하고, 임대주택 예산은 증액한 수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민주당이 삭감한 예산에는 대표적인 정책 모기지 상품인 디딤돌(내집마련)대출과 버팀목(전세자금) 대출이 포함돼 있고, '전세피해자 임차보증금 대출은 해당 예산의 부수 법안으로 포함돼 있다.
정부 관계자는 "빌라왕 사망으로 전세피해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 프로그램이 볼모로 잡혀 있는 상황"이라며 "여야 협의 과정에서 예산이 감액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전세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임대인의 미납 국세 내역을 임대인 동의 없이 열람할 수 있도록 허용한 '국세기본법' 개정안도 국회 계류 중이다. 이전까지는 임차희망인이 미납 국세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선 임대인의 동의가 필요했지만, 개정안이 시행된 이후로는 임대 계약서만으로도 열람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해당 법안에 대한 국회 처리가 지연되면서 정부가 당초 목표로 했던 내년 1분기 시행은 어려워진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