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브리핑실에서 화물연대 파업, 부동산 등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주요 은행의 전세대출 금리 상단이 8%대에 육박하며 서민 가구의 전세 대출 이자 부담이 급격히 늘어난 것과 관련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안심전환대출을 전세자금대출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보겠다는 취지의 발언이지만, 담보물이 없고 상환기간이 짧은 전세자금대출에 안심전환대출을 도입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 장관은 12일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기자실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전세 거주자에게 금리 인상 부분은 실거주비에 해당한다”면서 “이 부분에 대해 안심전환 대출 등을 필요에 따라 확대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초만해도 2~3%대였던 전세대출 금리는 10개월 새 3배 가까이 뛰면서 세입자들의 이자 부담이 급증했다. 전세 대출금 3억원을 3%대 금리로 빌렸던 세입자의 경우 이자 부담액이 75만원에서 180만원대로 늘어난 상황이다.

전세세입자들 사이에선 이자 부담 증가와 함께 주택담보대출과의 형평성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정부가 주택구입자금은 고정금리의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지만, 전세 대출에 대해선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심전환대출은 고금리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을 연 3.8~4.0%의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대환상품이다.

심지어 안심전환대출의 이용률도 예상보다 저조한 상황이다. 주택가격 기준이 6억원으로 낮아 대상이 적고, 중도상환수수료 등의 부수적인 비용 부담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도 안심전환대출 지원 대상을 전세자금대출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세자금대출은 주거를 위한 생계용 대출”이라며 “금리의 가파른 인상으로 인해 청년층이 과도한 빚 부담을 떠안아 부실화되지 않도록 전세자금대출 대환대출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전세자금대출은 ‘주택’과 같은 담보물이 없고, 대출 기간이 짧아 안심전환대출의 재원이 되는 주택저당증권(MBS) 발행이 어렵다는 게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전세 기간 동안 이자만 갚다가 2년이면 만기가 되는 상품이어서 계약을 갱신할 때 ‘고정금리’ 등 금리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전환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안심전환대출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와도 전세자금대출에 전환대출을 도입하는 것과 관련해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금리 지원이 전셋값 상승을 부추기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원 장관은 “전세자금대출은 과거 갭투자 등의 방식으로 가계부채나 주택가격을 높이는 부작용이 있었다”면서 “주택가격 하락기라 그렇게 악용될 가능성은 적지만 실거주비 부담은 지원하면서 가격 인상을 부추기는 원인을 제공하지 않도록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