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결혼을 필수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줄고,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동거나 출산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혼과 재혼에 대해서도 ‘하든, 안 하든 상관 없다’는 중립적인 의견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데, 여성의 경우 ‘재혼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비중이 남성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통계청이 16일 발표한 ‘2022년 사회조사 결과’에는 이 같은 조사 결과가 담겼다. 사회조사는 10개 부문을 5개씩 나눠 2년 주기로 실시하는데, 올해처럼 짝수 해의 경우 ▲가족 ▲교육과 훈련 ▲건강 ▲범죄와 안전 ▲생활 환경 항목이 포함된다. 더불어 올해는 한시적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목이 추가로 조사되기도 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42회 베페 베이비페어'에서 참석자들이 신생아 목욕타월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뉴스1

◇ 절반은 ‘결혼 필수 아니다’…이유는 “결혼자금 부족해서”

우선 전반적인 가족 관계 만족도는 64.5%로 2년 전보다 5.7%포인트(p) 증가했다. 배우자, 자녀, 자기·배우자 부모 등과의 모든 관계에서 만족도가 높아진 것이다.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중은 64.7%로 2년 전보다 2.2%p 증가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공평하게 분담하는 경우는 20%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절반가량은 결혼을 필수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년 전보다 1.2%p 감소한 수치다. 이유로는 ‘결혼 자금이 부족해서’(28.7%)가 가장 많이 꼽혔고 ‘고용상태 불안정’(14.6%), ‘필요성은 느끼지 못해’(13.6%) 등의 이유가 그 뒤를 이었다.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사람은 각각 65.2%, 34.7%로, 2년 전보다 5.5%p, 4.0%p 증가했다. 비혼 동거·출산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은 2012년 이후 계속 증가 추세다. 한편 입양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은 소폭 감소했다.

이혼·재혼에 대해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중립적인 의견은 2년 전보다 모두 증가했다. 이혼의 경우 중립 의견이 49.2%, 재혼의 경우 67.5%에 달한 것이다. 이혼·재혼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의 비중은 감소 추세다. 다만 재혼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중을 남녀별로 살펴봤을 때 여성이 18.1%로 남성(11.5%)보다 6.6%p 높았다.

통계청 제공

◇ 중·고교생 학교 생활 만족도↓, 스트레스↑

교육과 훈련 항목을 살펴보면, 학교 생활에 만족하는 중·고등학생 비중은 2년 전보다 8.2%p 감소한 51.1로 나타났다. 중·고등학교 재학생이 공부하는 이유는 ‘미래의 나를 위해 필요해서’(79.7%)가 가장 많았고, ‘못하면 부끄럽기 때문에’(32.5%), ‘재미 있어서’(19%), ‘하지 않으면 혼나거나 벌을 받아서’(14.4%)가 그 뒤를 이었다.

10명 중 6명은 본인이 원하는 단계까지 학교 교육을 받았다고 생각해 2년 전보다 4.8%p 비중이 증가했으며, 자녀 교육비가 부담스럽다고 응답한 가구는 2년 전보다 6.4%p 감소한 57.7%로 조사됐다.

13세 이상 인구 2명 중 1명은 자신의 건강 상태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2년 전보다 2.7%p 증가한 53.1%의 답변이다. 적정 수면, 규칙적 운동, 정기 건강검진 실천율은 2년 전보다 증가했으며, 아침 식사하기는 감소했다. 의료서비스 만족도는 도시 지역에선 병원, 농어촌 지역에선 보건소가 가장 높았다.

일상 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는 44.9%로 2년 전보다 5.6%p 감소했다. 가정 생활과 직장 생활에서 받는 스트레는 줄었는데, 학교 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소폭 늘어난 것은 특징적인 지점이다.

우리 사회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중은 3명 중 1명 꼴로, 2년 전보다 증가했다. 큰 불안 요인은 ‘신종 질병’(21.0%), ‘국가 안보’(14.5%), ‘범죄 발생’(13.9%), ‘경제적 위험’(13.3%) 순으로 나타났다. 13세 이상 인구 3명 중 1명은 밤에 혼자 걸을 때 불안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응답했는데, 여자 응답자의 비율이 44%로, 남자 응답자(15.1%)보다 높았다.

현재 살고 있는 지역의 생활 환경이 좋다고 느끼는 사람은 49.7%로 2년 전보다 4.0%p 증가했다. 13세 이상 인구 5명 중 3명 이상이 미세먼지에 대해 불안함을 느꼈으며, 환경보호 비용 부담에 찬성한 이들의 비중은 2명 중 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제공

한시적으로 조사가 진행된 코로나19 항목을 살펴보면, 코로나로 10명 중 3명은 일상생활에서 우울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거리두기·마스크 착용 등 코로나 방역 수칙과 관련해선 타인보단 스스로에 대한 평가가 더욱 긍정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19세 이상 취업자 중 전문관리직과 사무직의 재택근무 비중이 가장 높았으며, 18세 이하에선 10명 중 9명이 원격수업을 경험했다. 코로나로 인한 긍정적 변화로는 방역, 위생 활동 강화가, 향후 가속될 변화로는 배달·배송을 통한 소비 증가가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