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등교육 재정 확충을 위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중 3조여원의 교육세를 떼어내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에 넣어 대학과 평생교육기관이 쓸 수 있도록 한다. 내국세 20% 이상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전입하도록 한 현재 국가재정법으로 인해 시도 교육청에 투입되는 예산은 늘어나는 반면, 대학 등 고등교육에 투입되는 예산이 줄어드는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윤석열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세수 증가로 초중고등학교에 투입되는 시도 교육청 예산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교육재정 운용의 비효울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이 재원의 일부를 대학 등 고등교육 혁신에 투입하는 방안을 국정과제로 추진해왔다.

기획재정부와 교육부는 15일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를 통한 총 11조2000억원 규모의 고등교육 재정 확충 방향과 예산 내역을 발표했다.

특별회계는 기존 고등·평생교육 분야 사업 중 대학 경쟁력 강화 관련 사업 8조원과 교육세 이관 등으로 확보되는 3조2000억원의 재원을 확보해 고등·평생교육의 주요 방향에 집중 투자된다. 정부는 특별회계 예산에 대학이 필요로 하는 사업을 중점 반영했다. 정부는 재정 빈곤에 빠진 지방·사립대 등에 재정 지원을 함과 동시에 제도 개선도 병행할 계획이다.

최상대(가운데) 기획재정부 2차관이 9월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별관에서 열린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및 고등교육 재정 확충 토론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 尹 정부, 교부금 개편 청사진 밝혀

현재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일부로 조성된다. 전국 시·도 교육청에 배분된 교부금은 유·초·중·고교 교육에 사용된다. 하지만 나라 살림 규모는 커지는데 반해 학령인구는 계속 감소해 유·초·중등 교육에 사용되는 재원은 넘치는 반면, 고등·평생교육 부문의 재원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2021년 53조2000억원에 이르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2022년 65조1000억원에, 내년이면 77조3000억원으로 증가한다. 내국세가 증가하면서 교부금 규모도 함께 늘어난 것이다.

반면 교육부의 고등교육예산은 2021년 11조1000억원, 2022년 11조9000억원, 2023년 12조1000억원 등 2년 동안 1조원 증가에 그쳤다. 2년 동안 증가한 교부금 규모(24조원)의 4.2% 수준이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가 고등교육에 투입하는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1만1287달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만7559달러)의 64%에 불과하다. 반면 초·중등 교육에 투입하는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1만5200달러로 OECD 평균(1만722달러)의 141.8%에 달한다. OECD 38개국 중 고등교육 1인당 교육비가 초·중등교육보다 낮은 나라는 그리스와 한국이 유이하다.

이러한 교육 재정 불균형은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는 게 정부의 지적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디지털 대전환 등 급변하는 환경에서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미래인재 양성의 거점인 대학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면서 "그러나, 학령인구 급감 등에 따른 재정난으로, 대학은 전면적 혁신 수요에도 불구하고 한계에 봉착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대학의 위기는 지역 소멸 위기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대학생·청년세대 모두 우리 교육이 길러내야 할 미래 인재로, 고등교육 단계까지의 안정적·지속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같은 지적에 윤석열정부는 지난 7월 교육재정교부금 중 교육세 등을 활용해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가칭)'를 신설해 미래 인재 육성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지난 9월에는 관련 법령 제·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래픽=이은현

◇ 정부 "대학의 자율적 혁신 뒷받침하겠다"

정부는 우선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재원인 국세 교육세 3조원(유특회계 지원분 제외) 등을 특별회계 세입으로 전환한다. 또 일반회계에서의 별도 추가 재원을 확보해 고등교육 분야 재정규모 확대를 추진한다.

이렇게 마련한 특별회계는 고등교육 혁신 방향에 따라 ▲대학의 자율적 혁신 ▲대학-지자체 협력 강화 ▲교육·연구 여건 개선 ▲균형적 학문 발전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교육혁신 상생 생태계 구축을 위해 교원 양성 및 역량 강화, 지방대학 육성에 집중 지원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대학의 자율 혁신 지원 예산을 2배 수준(1조→1.9조)으로 확대하고, 사립 대학에 대한 체계적인 구조개혁 지원을 강화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대학의 재정확충과 병행해, 사립대학 재정진단 등을 통해 재무 상태를 파악하는 등 적극적인 구조 개혁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지방대학 육성을 위해 향후 5년간 2조5000억원 규모의 '지방대 지원트랙'을 신설한다. 지역 내 협의를 거쳐 지방대학별로 특성화 분야를 자유롭게 설계해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지역 수요에 따른 맞춤형 평생·직업교육체제 구축도 지원한다. 국립대 노후시설·기자재를 전부 보수·교체하기 위한 예산도 1조원 확대한다. 국립대의 노후 연구시설을 개선해 인프라 구축을 돕겠다는 것이다. 구입 후 15년 이상 지난 교육·연구 기자재에 대한 교체작업도 함께 추진한다.

학문의 균형 발전을 위해 인문·사회과학과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연구 지원도 확대한다. 교육부는 이번 특별회계 신설로 국립대 한 곳 당 지원액이 기존 88억원에서 176억원으로 2배 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반사립대도 지방의 경우 49억원에서 130억원으로 2.7배 증가한다. 지방 사립 전문대 지원액도 기존 39억원에서 84억원으로 2.2배 늘어나게 된다.

노옥희 울산시교육감이 7일 오전 울산시교육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뉴스1

◇교육 재정 불균형 시정될까

우리나라에 교육재정교부금이 만들어진 것은 1972년. 인재 양성을 위해 걷힌 세금 중 일정한 규모를 교육에 쓰자는 취지였다. '나는 못배워도 자녀는 가르치겠다'는 높은 교육열과 교부금 지원은 문맹 퇴치와 고학력 인재 배출의 기반이 됐다.

하지만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2015년 756만명에서 644만명으로 감소한 반면, 경제 규모 성장에 따른 국세 증가로 교부금 규모는 2015년 39조원에서 올해 65조원으로 늘었다.

교육청에 교부금이 남아돌았고, 이는 방만 재정으로 이어졌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교육청은 보육·교육재난 지원금으로 1인당 5~30만원을 지급했다. 전남 교육청은 교사에게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지난 3년간 서울교육청은 959억원, 경기교육청은 1664억원을 현금성 지원에 사용했다.

반면 등록금 수입을 재원으로 사용하는 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로 등록금 수입이 감소하면서 열악한 재정 환경에 노출됐다. 대학 정보 공시 사이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일반 4년제 사립대 157개교(사이버대 제외) 가운데 운영 수익보다 운영 지출이 많아 적자를 기록한 대학은 총 120곳으로 나타났다. 반값 등록금 정책이 본격화된 2011년 150개 사립대 중 적자를 기록한 대학이 41곳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세 배가량 증가했다.

정부는 이 같은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선 법 개정을 비롯한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국회의 여소야대 상황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민주당 의원들은 교부금 개편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전국 시·도 교육감을 비롯한 유·초·중등 교육계의 반발도 거세다. 노옥희 울산시교육감은 앞서 기자회견을 통해 "재정당국이 추진하는 교육교부금 개편시도는 국정과제로 제시된 국가교육책임제와도 정면 배치된다"며 "지방재정교부금은 더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