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 에너지 공급망 위기로 신(新)에너지인 청정수소 확보 경쟁이 가속하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대대적인 수소 인프라·제도 구축에 나선다. 2030년까지 수소 버스·트럭 3만대를 보급하고 액화수소충전소 70곳을 구축하는 한편, 수소 전문 기업도 600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수소 경제 규모의 확대로 정부는 2030년 47조원이 넘는 경제적 파급 효과와 10만명에 이르는 고용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는 9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윤석열 정부 첫 수소경제위원회를 개최하고 이런 내용의 ‘새 정부 수소경제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정부는 “그간 수소 정책은 수소 승용차, 발전용 연료 전지 등 일부 활용 분야로 국한되고, 화석연료 기반의 ‘그레이수소’ 생태계 중심으로 이뤄져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미흡하다는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청정 수소 공급망 구축 및 세계 1등 수소산업 육성’이라는 국정 과제를 내걸었다.

수도권의 첫 수소 공급거점인 평택 수소생산기지. /뉴스1

◇ 수소 수요 끌어 올리고 인프라·제도 지원 ‘팍팍’

정부는 우선 수소 경제의 규모·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관련 인프라와 제도 정비에 나선다. 현재 211대에 불과한 수소버스·트럭 등 수소 상용차를 2030년까지 3만대를 보급할 예정이다. 동시에 현재 전무한 액화수소충전소를 2030년까지 70개소 보급하고, 역시나 0%인 청정수소 발전 비중을 2036년 7.1%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이를 위해 시내버스와 광역버스 각각 기존 1억5000만원, 2억원이던 정부 보조금을 내년부터 2억1000만원, 2억6000만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수소 50%, 암모니아 20% 이상 혼소 발전을 위해 2027년까지 기술 개발과 실증을 완료하고, 이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혼소 발전을 확산시킬 계획이다.

청정수소 생태계 조성방안 목표.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또 기존 주유소에 태양광·수소연료전지 발전을 더한 형태로 석유와 전기를 모두 제공하는 미래형 주유소인 ‘에너지슈퍼스테이션’을 확산할 예정이다. 수소로 철을 만드는 ‘수소환원제철’로의 전환을 위해 2025년까지 기초 기술을 개발하고, 2030년까지는 석유 화학 설비에 투입되는 연료를 수소로 전환할 방침이다.

국내 유통 인프라 구축을 위해 연 4만톤(t) 규모의 세계 최대 액화수소 플랜트를 짓고, 보조금 확대나 기술개발 지원을 통해 액화 수소충전소를 확대한다. 혼소 발전을 위해 2030년까지 석탄발전소 밀집 지역에 연 400만t급 암모니아 인수기지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밀집 지역에 연 10만t급 액화수소 인수기지 및 수소 전용 배관망을 구축할 예정이다. 국내외 수소 유통과 수소를 활용한 항만 운영 등이 가능하도록, 수소 항만 구축 전략을 수립해 단계적으로 구축해나가기로도 했다.

수소 유통 인프라 계획.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국내뿐 아니라 해외 곳곳에도 대규모 청정수소 생산 기지와 공급망을 구축해, 신에너지 안보를 확립하겠다는 계획도 더해졌다. 고효율·대량 생산 기술력을 확보해 국내 그린수소 생산을 확대하고, 이산화탄소(CO₂) 해외 이송을 지원해 국내 블루수소 생산 기반을 확보하겠단 것이다. 2026년까지 친환경 암모니아 추진·운반선을, 2029년까지는 액화수소 운반선을 건조해 청정수소·암모니아의 해상 운송을 가능케 하겠단 구상도 내놨다.

관련 제도 정비에도 나선다. 내년 상반기부터는 수소 발전 입찰 시장을 개설하고, 전력수급기본계획·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등을 고려해 연도별 수소발전량을 입찰한다는 방침이다. 수소사업법을 제정해 수소 유통 단계별 사업자를 명확히 정의하는 한편, 수송·발전 등 분야별 수급 계획도 구체적으로 수립할 예정이다. 수송용 수소거래시장을 개설하고, 전국의 충전소와 연계해 판매 가격 등 실시간 정보 제공을 강화하는 방안도 시행된다. 내년까지는 청정수소 기준과 인증제 운영 방안을 마련해,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한국형 청정수소 인증제를 2024년까지 도입할 예정이다.

달라지는 수소 생태계.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 생산·저장·운송·활용 全주기 걸친 우리 수소 기업 육성

이날 회의에선 국내 수소 산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전략도 함께 논의됐다. 생산-저장·운송-활용 분야를 모두 아우르는 수소 산업 전(全) 주기의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기업 육성과 규제 완화를 통해 수소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수전해(전기로 물을 분해해 산소와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 액화수소 운송선, 트레일러, 충전소, 연료전지(모빌리티·발전), 수소 터빈 등 7대 전략 분야를 중심으로 집중 지원해 수소 전문 기업 600개를 2030년까지 육성할 방침이다. 스타트업이나 전문 인력 양성에도 힘쓴다.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수소 관련 5대 유망 분야로 수소 모빌리티, 발전용 연료전지, 수전해 시스템, 액화수소 운송선, 수소충전소를 선정하고, 이 분야 지원에 집중하기로도 했다. 수소차 기술을 바탕으로 버스·트럭·트램·선박 등으로 수소 모빌리티를 확장하고, 군용트럭·장갑차 등 방위산업과 연계하는 방식 등이다.

수소 기술 3대 미래 전략 및 9대 추진과제(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국산화 역시 주요 과제로 논의됐는데, 이를 위해 정부는 ▲청정수소 생산기술 국산화 ▲수소 공급을 위한 저장·운송 기술 고도화 ▲수소 활용 기술 초격차 확보 등 3대 추진 전략을 바탕으로 9개 과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2027년 270MW(메가와트)급 수소전소터빈을 개발하고, 2030년 380MW급 개발·실증을 완료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또 현재 60%에 불과한 수전해 기술 국산화율을 2030년까지 100%로 높이고, 수소의 장거리 운송을 위한 암모니아 변환·크래킹(Cracking·수소와 질소 분리) 등 기술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글로벌 수소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현재 16만㎞인 수소차 내구 연한을 2026년 50만㎞, 2030년 80만㎞로 늘리겠다는 등의 계획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