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e)의 앤드류 여(Andrew Yeo)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2일(현지 시각) 미 워싱턴DC에 있는 자신의 연구실에서 진행된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IRA가 동맹국들에게 ‘엇갈린 신호’를 주고 있으며 미국이 이런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미국에게도 결국은 손해일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IRA로 대표되는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 전략이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본 여 선임연구위원은, 11월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이런 기조가 강화할지 당락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협력하려는 한국의 외교·통상 전략에 대해 옳은 방향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중국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비슷한 가치와 원칙을 공유하는 다른 국가들과의 협력 관계를 보다 다양화해둘 때라고 조언했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e)의 앤드류 여(Andrew Yeo) 선임연구위원이 지난 12일(현지 시각) 미 워싱턴DC에 있는 자신의 연구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워싱턴DC=박소정 기자

◇ 美 IRA법, 동맹국들에 ‘한입으로 두말’…“백악관서도 논란 많다”

최근 한국에서 전기차 세액공제(보조금) 제외에 따른 국내 자동차 산업 피해의 관점으로만 소비되는 미국 IRA법의 의미에 대해 여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 IRA가 현재 형태로 진행된다면 분명히 경제적 손실이나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특정 분야나 산업을 해친다는 협소한 시각을 넓혀서, 상징적으로 봐야 할 것들이 있다. 결국 미국은 단지 자신들의 이익만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바이든은 동맹국들에게 ‘결국엔 미국의 이익을 위한 정책을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심어주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향후 미국이 반도체 동맹 같은 것을 구축하려 해도 의도를 의심하는 동맹국들이 등돌리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여 선임연구위원은 바이든 정부의 이런 전략이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다만 미국의 이런 자국 산업 보호 정책 기조가 강화할지에 대해선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여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일련의 기조는 높은 인플레이션율 등 경제 문제에서 형성된 측면이 있다”며 “(경제 문제가 지속되는 한) 바이든은 미국의 일자리와 이익을 보호한다는 점을 확실히 하기 위해 이런 기조를 더욱 강화하려고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동맹국들의 지속적인 지원을 원한다면 언젠가 국내 의제를 양보해야 하는 순간이 생길 것”이라며 “이런 전략이 지속 가능하지 않고 근시안적이라는 논란이 미국 내, 심지어 백악관 내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만약 11월 미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 의석을 더 많이 확보하는 등 지각 변동이 생긴다면, 바이든 행정부의 이런 전략에도 변화가 생길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IRA법이 내비치는 메시지가 미국에도 결국은 손해가 된다는 점을 인지하면서도, 이를 활용하기 위해 이해관계가 맞는 여타 동맹국들과의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람직한 예로 최근 한국·독일·영국·일본·스웨덴 등이 전기차 보조금 배제 항목에 공동대응하기로 한 점을 꼽았다.

그는 “미국이 자국의 이익만을 고려하는 정책을 계속 만드는 것은, 근본적으로 세계 경제의 신뢰를 흔드는 일”이라며 “이번에는 한국이 영향을 받지만, 다음번에는 무역이나 경제 문제에서 유럽연합(EU) 혹은 일본이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동맹국들은 이익에 따라 서로간의 협력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3일(현지 시각)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입법 기념 행사에서 미국산 전기차에게만 지급되는 보조금으로 인한 국민 혜택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EPA=연합뉴스

◇ “시진핑 3연임, 對美 강경 태도 더욱 강화할 것”

여 선임연구위원은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전략에 대해 “문재인 정부와 달리 중국의 눈치를 덜 보고 있으며 기본적으로 한미동맹에 기반한다는 점을 내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이 중국을 배제하고 미국과 완전히 함께할 것이라는 생각은 ‘가정’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베이징과 워싱턴 중 누굴 고르고 자시고 할 처지가 아니다”라며 “중국이 무엇을 할지, 하지 않을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중국의 경제 성장을 막으려는 법들을 제정하고 있어서 한국의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6~22일 열린 중국 공산당의 20차 전당대회를 통한 시진핑 국가 주석의 3연임 성공은, 중국의 대미 강경 태도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여 선임연구위원은 “그의 3연임 이후 국제 정세에 대해선 두 의견이 있는데, 중국에서의 입지가 더욱 강해지면서 훨씬 더 적극적이고 전향적이게 될 수 있다는 의견, 그리고 같은 이유로 국내에서의 역할과 합법성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미국과 경쟁하지 않고 대화의 여지가 더 많아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여 선임연구위원은 자신의 시각은 전자에 더 가깝다며 “시진핑은 앞으로 4연임까지도 바라볼 것이고, 집권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된 그가 이젠 사후 기록이 어떻게 남겨질지에 대해 더욱 고민하게 될 것”이라며 “(경제 성장 면에서) 현재 미국은 실제로 쇠퇴하고 있고, 시진핑은 ‘하던대로만 하면 된다’는 메시지를 낼 수도 있다”고 했다.

여 선임연구위원은 “국제 사회 곳곳에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중국의 입장에서도 이런 결정이 좋은 결정은 아니지만, 그가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계획에 못 미치고 있다는 점 등에 대해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쓸 거라고 본다”면서 “그(시진핑)는 국제 사회의 분위기를 신경쓰는 정치인이기보다 중국의 강함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정치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개막식에 참석,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오는 22일 당 중앙위원 명단이 공개되면 시 주석의 3 연임은 사실상 공식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의 세 번째 임기(5년)에는 대내적으로 '홍색'(사회주의 성향)이 짙어지고 대외적으로는 전랑외교(戰狼·늑대전사)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신화통신=연합뉴스

◇ “美 동맹국과 사안따라 협력…中 의존도 낮추고 관심사 다양화”

미중 갈등이 격화하며 한국에도 그 여파가 커질 것으로 점쳐지는 상황에서, 그는 “한국이 중국을 완전히 떠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중국을 상대로 ‘정책 자율성(policy autonomy)’을 확보하는 노력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대만 보복 사례를 돌이켜 봤을 때, 중국은 자신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반도체 같은 첨단기술 요소들이 아니라 식품이나 비필수적인 것들에 대해서 주로 제재를 가했다”며 “중국은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를 막진 않을 것이기에 경제 관계가 지속될 수는 있겠으나, 또 다른 측면에선 중국에 투자한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크게 다칠지도 모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인 결론이겠지만, 한국이 취해야 할 대중 전략은 의존도를 줄이고 ‘다양화’하는 것”이라며 “비슷한 가치와 원칙을 공유하는 다른 나라들과 협력해야 한다”라고 했다. 그는 “한국의 동남아 시장 진출을 보면 베트남이 거의 70~80%를 차지하고 있고, 전체적인 시장 규모 자체도 그리 크지 않은 만큼, 새로운 시장을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며 “한국과의 협력에 관심을 보이는 인도나 호주 등의 시장도 적극적으로 개척해볼 법하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윤석열 정부 외교 정책의 아쉬운 점에 대해 “욕심이 과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국내 지지율이 낮아 부담을 느낀 것인지 모르겠으나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며 “야심이 있는 게 잘못은 아니지만, 야망이 클수록 비현실적이고 취할 수 있는 건 적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순방 외교 등에서 과도하게 국내 정치를 고려하다 실질적인 성과는 없이 논란만 일으키고 돌아온 최근의 상황 등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e) 전경. /워싱턴DC=박소정 기자

◇ 앤드류 여(Andrew Yeo)는 누구?

미국 노스웨스턴대 학사, 코넬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딴 한국계 정치학자인 앤드류 여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8월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로 임명됐다. 2008년부터 미국 가톨릭대에서 강의하면서 한반도 및 동아시아 문제, 동맹 전략, 민주화 등 주제를 연구해왔다.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 자리는 2013년 SK와 한국국제교류재단의 후원으로 만들어진 자리로 직전 한국석좌인 정 박(Jung H. Park)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국무부로 자리를 옮겨 현재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와 대북특별부대표를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