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까지 미분양 위기가 번진 가운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으면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내놓은 '270만호 공급' 정책에 타격을 입힐 전망이다. 미분양 현상에 더해 결정적으로 부동산 금융이 막히면서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먹구름이 끼었기 때문이다.

자금시장 돈줄이 막히자 지난해보다 주택 인허가를 더 허용해도 사업성 부족으로 공사에 뛰어드는 사업자는 줄었다. 정부가 재건축 정비사업 규제 완화 등을 추진하며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추진하고 있지만, 고금리에 금융 시장이 얼어붙으며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인왕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와 주택 모습. /연합뉴스

◇ 인허가 내줘도 공사 착수 안 하는 시행사…곳곳에서 미분양 '비명'

20일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1~8월 주택 착공 규모는 전국 기준 26만1193가구로 지난해 동기 대비 24.9% 감소했다. 이 중 수도권은 13만1123가구로 작년 동기 대비 23.8% 줄었고, 지방은 13만70가구로 26.0% 축소됐다. 반면 같은 기간 주택 인허가 물량은 전국 기준 34만7458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1% 증가했다.

인허가 물량이 늘어나는데도 공사에 착수하는 시행사가 줄면서 착공 실적은 뚝 떨어진 셈이다. 시행사가 사업에 뛰어들지 않는 이유는 최근 미분양 적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총 3만2722가구로, 지난해 말(1만7710가구)보다 85.8% 증가했다. 특히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1509가구에서 5012가구로 3배 넘게 늘어났다.

수도권 일부 지역은 2년 만에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됐다.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경기 안성시와 양주시 2곳을 다음 달 30일까지 미분양 관리지역에 포함했다. 이 지역들은 지난달 부동산 규제지역(조정대상)에서 해제됐는데도 극심한 거래 침체가 이어지면서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된 것이다.

서울·수도권 미분양은 8월 기준 5012가구로 집계돼 2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런 추세면 수도권에서 미분양 관리지역이 잇따라 추가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 타워크레인 등 장비들이 서 있다. /연합뉴스

◇ 돈줄 막힌 부동산 PF…공급 정책에 타격 주나

게다가 민간 주택 공급에 필수적인 부동산 PF 시장에 찬바람이 부는 점도 주택사업에 타격을 주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권(은행·보험사·여신전문금융회사·저축은행·증권사)의 PF 대출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11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14년 말(38조8000억원)보다 3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막대한 자금을 조달해 사업을 완공할 수 있었고 빠른 주택공급에 기여했던 부동산 PF 시장의 돈줄이 막히면서 공급에도 영향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0년 만에 '기준금리 3%' 시대가 열리면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부동산 PF 대출 연장이 거부되고 상환 압박이 거세지면서 개발업계 전반이 휘청이고 있다. 또한 금리 인상으로 주택거래가 줄어든 데다 원자재도 가격도 급등해 공사비 부담까지 겹쳤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계획 물량이 차질 없이 공급될 수 있도록 재건축 등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추진 중"이라며 "PF 사업장에 대해 주택공급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금융당국 등 관계기관과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규제 완화에도 고금리에 미분양까지 겹쳐 사업성이 악화할수록 주택 공급은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합수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부동산 PF는 사실상 중단됐다"면서 "만약 자금을 동원한다 해도 금리가 급격하게 올라가면서 개발 시행사들의 사업성이 극도로 취약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4~5년 뒤 입주 공백이 예고돼있는 상태에서 부동산 PF 등 여러 걸림돌까지 추가된 셈"이라며 "당국에서 대처하지 못하면 민간 아파트 공급이 상당 부분 위축돼 긴급 대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