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터진 '카카오 먹통' 사태의 후폭풍이 여전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에 대한 국가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 정부 들어 강조돼온 플랫폼 자율규제 기조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약화하고, 전 정부 시절 입법을 추진한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이 다시 힘을 얻는 것 아니냐는 전망마저 나온다.

10월 16일 경기도 과천의 한 카카오T 주차장 무인정산기에 시스템 장애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 연합뉴스

◇ 커지는 카카오 비판 여론… 尹 "공정위 검토"

윤 대통령은 1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카카오의 플랫폼 점유율이 상당하고, 독점 얘기도 있다.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 기업의 자율과 창의를 존중하지만 이는 시장 자체의 공정한 경쟁 시스템을 전제한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만약 독점이나 심한 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됐다면 국민 이익을 위해 제도적으로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언급에 이날 오전 내내 공정위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윤 대통령이 공정위에 카카오의 시장 독과점 관련 조사를 지시하는 모양새로 비쳐서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사태(카카오 먹통) 자체가 공정위 조사 영역에 해당하는 건 아니다"라며 "다만 빅테크 등 독과점 사업자의 시장 경쟁 저해 행위를 차단하는 노력은 공정위가 지속해서 해온 일이다. (윤 대통령도) 그런 맥락에서 발언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말을 접한 플랫폼 업계는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국민 메신저' 사업을 한다는 기업의 형편없는 비상 대응 체계 수준이 이번 화재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플랫폼 대기업이 돈벌이에만 급급할 뿐 사용자 보호에는 소홀하다"는 비판 여론이 점점 힘을 얻는 분위기다.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정부가 플랫폼 통제 강화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택시에 승객 호출을 몰아준 혐의와 구글이 경쟁 앱 마켓 원스토어의 사업 활동을 방해한 혐의, 대한변호사협회가 법률 플랫폼 로톡의 사업 활동을 방해한 혐의 등의 심의·의결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1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면서 카카오 먹통 사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온플법 입법 다시 힘 얻을까

정부 안팎에선 문재인 정부가 입법을 추진한 온플법이 다시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회에 계류 중인 온플법은 표준 계약서 교부를 의무화하고, 입점업체에 대한 플랫폼 사업자의 구매 강제·경영 간섭 등을 규제하는 것이 골자다. 정권 교체 후 윤 정부는 온플법 입법 대신 플랫폼 자율규제로 정책 방향을 180도 틀었다.

다만 한기정 공정위 위원장은 이달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공정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국회가 온플법을 제정하면 반대하진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또 한 위원장은 이번 국감 당시 "배달 앱 수수료를 법으로 직접 규제하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면서도 "만일 (자율적 합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법제화 논의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윤 정부 국정과제인 자율규제가 의도한 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강제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2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시장을 선점한 빅테크 등 독과점 사업자가 경쟁 사업자의 시장 진출과 사업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차단하겠다"며 "경쟁을 가로막는 구조적 장벽도 함께 제거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