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원·달러 환율 급등이 국내 소비자물가를 0.4%포인트(p) 끌어올렸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한은이 지난 7월 사상 최초로 기준금리를 한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한 배경에는, 고환율 상황이 심화됨에 따라 물가 상승 압력 억제의 시급성이 커졌다는 판단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8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중 ‘우리나라 및 주요국 중앙은행의 빅스텝 인상 배경’을 주제로 한 설명 자료에서 이같이 밝혔다.

8일 명동 하나은행 본점에 환율 안내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보고서에 따르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의 물가 전가율 추정치를 산출한 결과, 올 1∼6월 중 환율 상승은 국내 소비자물가를 0.4%p 높인 것으로 추산됐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올 1월 초 종가 기준 1191.8원에서 6월 말 1298.4원으로 약 10% 올랐다. 이후 하반기에도 지속해서 상승하며 전날 종가(1384.2원) 기준 환율은 7월 초 대비 7%가량 올랐다.

보고서는 “분석 결과 원·달러 환율 변동률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비율은 서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면서 “원화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이 커지면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압력을 높이고, 이는 다시 원화 약세를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 상승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에 일조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빅스텝을 택한 것이란 설명이다. 한은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연 2.25%로 올리며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을 단행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강달러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뉴질랜드·노르웨이·스위스 등도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자국 통화 절하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을 그 배경 중 하나로 언급했다.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미국 등에서 1980년대 초반 이후 가장 높은 8∼10% 수준으로 치솟았고,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6월 6%대에 접어드는 등 높게 나타나고 있다.

보고서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으로 성장세가 점차 둔화할 것으로 보이지만, 물가를 빨리 안정시키는 것이 성장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이익이 더 클 것으로 판단된다”며 “물가와 임금 간 상호작용이 강해지면서 고인플레이션 상황이 고착되면 더 강력한 통화정책 대응이 필요해진다”고 했다. 이어 “빠르고 큰 폭의 금리 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 기대 확산을 선제적으로 억제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