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정부 예산을 투입하는 산업기술혁신사업의 연구과제 수행자를 선정할 때 여성 연구자나 상생 우수 기업, 산업부 장관 포상자 등에게 주던 가산점 제도를 전면 폐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능한 신규 연구자의 과제 참여 기회를 확대해 혈세가 쓰이는 연구개발(R&D) 사업 성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또 산업부는 연구과제의 사업성을 사전에 검증하는 ‘사업화 검토 위원회’도 꾸리기로 했다. 경기 둔화 경고음이 커진 만큼 R&D 결과가 우리 경제의 생산성 증대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취지다.

여성 연구자들이 실험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 연합뉴스

◇ ‘여성이라서, 착해서’ 가점 없애고 기회 확대

7일 조선비즈가 정부·학계를 취재한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최근 이런 내용이 담긴 ‘산업기술혁신사업 기술개발 평가관리지침’과 ‘산업기술혁신사업 공통운영요령’ 개정안을 마련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산업기술 R&D의 예산 투입 대비 완성도와 연구 수행의 전문성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라고 했다.

그간 산업부는 기업 등에 R&D 자금을 지원하는 산업기술혁신사업의 대상을 정할 때 연구 책임자가 여성이거나 연구자 가운데 여성 비율이 20%를 넘으면 최대 5점까지 가점을 줬다. 동반성장위원회가 발표하는 동반성장지수 우수 기업과 성과 공유제에 참여한 위탁기업, 상생협력우수기업 등 이른바 ‘착한 기업’에도 가점을 부여했다.

R&D 과제에 참여했던 학생 연구원을 채용해 2년 이상 고용을 유지한 중소·중견기업과 산업부에서 고시한 ‘국가혁신융복합단지’ 또는 ‘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에 입주한 기업도 가산점 대상에 포함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가점 제도의 장점이 분명 존재하지만, ‘해당 연구를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적임자’의 관점에서 보면 예산이 최적 배분되지 않는 단점도 나타났다”고 가점 폐지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가점 제도는 정부 연구과제 수행 기회가 적었던 신진 연구자에게 진입 장벽으로 작용했다. 산업부가 최근 3년 이내에 산업부 소관 기술개발사업 R&D 과제에서 ‘우수’ 판정을 받았거나 우수한 연구 성과로 산업부 장관 포상을 받은 자에게도 가점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검증된 이에게 과제를 계속 맡기는 것보다 신규 연구자에게 기회를 줘 경쟁을 촉진하는 쪽이 바람직하다고 봤다”고 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기업 빌딩들의 모습. / 연합뉴스

◇ 연구과제의 사업성·경제효과 검증 강화

산업부는 궁극적 목적이 사업화인 R&D 과제에 대해서는 연구자 선정 단계에서부터 사업성과 경제 파급효과를 확실히 검토하는 내용도 이번 개정안에 담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선정 평가 기준에 ‘R&D 기관의 기술 개발 및 사업화 역량’과 ‘R&D 과제의 고용·생산 등 지역적 파급효과’ 등을 추가했다.

또 외부 시장 전문가가 참여하는 사업화 검토 위원회를 꾸려 R&D 과제의 사업화 계획을 심층적으로 평가하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는 기술성 평가와 사업화 평가를 동시에 진행하는데, 앞으로는 사업화가 중요한 과제의 경우 관련 평가를 별도로 분리해 좀 더 꼼꼼하게 들여다보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정부가 산업기술 R&D와 관련해 신진 연구자 참여를 확대하고 사업화에 초점을 맞추는 건 한국을 둘러싼 경기 상황이 그만큼 녹록지 않아서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경기 침체 방어의 최선책으로 생산성 향상을 강조해왔다. 이 맥락에서 R&D도 기업과 산업 경쟁력 강화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차원의 생산성 증대 노력은 이창양 산업부 장관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이 장관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생산성 향상이야말로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의 경제 위기를 극복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해왔다. 그는 지난 7월 산업부 출입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생산성 향상이다. 우리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