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과 기업들이 납부할 세금 일부를 정부가 조세지출 형태로 깎아주는 '국세 감면액'이 내년 7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됐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사상 최대치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가 올해 7월 세제 개편안을 통해 국가전략기술·신성장·원천기술에 대한 세제 혜택을 주겠다고 발표하면서, 관련 산업의 대기업들이 누리는 조세 혜택의 비중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2023년도 조세지출예산서'를 '2023년 정부예산안'과 함께 다음달 2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 정부는 매년 국가재정법에 따라 다음 연도 예산안의 첨부서류로 조세지출예산서를 내는데, 조세특례제한법과 개별 세법상의 비과세, 세액공제·감면, 소득공제 등 조세지출(국세 감면)을 집계·분석한다.
내년 국세 감면액은 69조1469억원으로, 올해 국세 감면액 전망치인 63조4187억원보다 9% 늘었다. 이 같은 국세감면액은 국세수납액과 지방소비세를 합한 국세수입 총액(428조6370억원)의 13.8%에 해당되는 규모다. 역대 최대 규모의 국세 감면액이지만, 직전 3년 국세 감면율 평균에 0.5%P를 더한 값인 국세 감면율 법정 한도 14.3%를 넘지는 않았다.
기재부는 내년 국세 감면액이 증가하는 이유로 올해 7월 발표한 세제 개편안에 따른 국가전략기술과 신성장·원천기술 등에 대한 세제지원을 강화하는 것과 근로장려세제(EITC)와 자녀장려세제(CTC)의 재산 요건 완화를 꼽았다. 국가전략기술과 신성장·원천기술으로 1조원, EITC·CTC 재산요건 완화로 1조1000억원의 국세 감면액이 발생한다.
정부는 앞서 반도체·배터리·백신에 한해 대기업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현행 6%에서 중견기업 수준인 8%로 2%P 높이겠다고 밝혔다. 또 중견기업의 일반, 신성장·원천기술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각각 3%, 5%에서 5%, 6%로 상향했다. 이 같은 세제 개편안의 효과로 인한 국세 감면액 증가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국세 감면의 수혜는 개인이 62.7%, 법인이 36.5%를 받는다. 법인의 국세 감면액 귀착 비중을 보면,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의 귀착 비중이 올해 15.6%(3조5985억원)에서 내년 16.8%(4조2443억원)로 늘어날 전망이다. 국세 감면의 대기업 귀착 비중은 지난해(10.9%)에 비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지난 2018년(17.3%) 이후 가장 커졌다.
지난해에 비해 올해 대기업 혜택이 큰 폭으로 늘어난 데에 대해 기재부는 "국가전략기술 및 신성장·원천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 세액공제, 통합투자세액공제 등의 지원으로 1조9000억원의 조세 감면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비중이 늘면서 중소·중견기업의 국세 감면액 귀착 비중은 올해 71.0%에서 69.8%로 감소한다. 다만 비중이 소폭 감소한 것이지 절대적인 금액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중소·중견기업의 국세 감면액은 내년 17조6286억원으로 올해(16조3635억원)에 비해 1조3000억원 가까이 증가한다. 이는 지난해 중소·중견기업의 국세 감면액 귀착 비중인 74.1%에서 2년 연속 감소하는 것이다.
지난해에 비해 올해 중소·중견기업의 국세 감면액 귀착 비중이 큰 폭으로 감소하는 이유로 기재부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한시적인 세제지원이 끝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규모 개인사업자 부가세 감면에 따른 6000억원, 감염병 피해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세액 감면 5000억원이 종료된다는 것이다.
내년 개인에 대한 국세 감면 비중은 중·저소득층이 68.8%, 고소득층이 31.2%였다. 올해는 국세 감면 귀착 비중이 중·저소득층이 68.4%, 고소득층이 31.6%였는데 고소득층의 비중이 소폭 감소했다. 기재부는 "올해 세제개편 때 취약계층에 대한 세제지원을 적극 확대·연장할 예정"이라며 "EITC·CTC 재산요건 완화와 중소기업 취업자 소득세 감면 연장(8000조원) 등의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