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국제유가와 곡물가격 급등이 수입물가를 밀어올려 국내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원자재 수입물가 상승률이 1%포인트(p) 높아질 때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약 0.13%p 확대된다는 한국은행 조사 결과가 나왔다. 원자재 중에서도 곡물 등 농수산품 가격 상승이 최종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고 오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30일 발표한 '조사통계월보: 수입 물가 상승의 산업별 가격전가 분석'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입 물가 상승의 가격전가(pass-through)는 일반적으로 수입 물가 상승 → 생산비용 증가 → 최종재 가격 상승의 과정을 거친다.

서울 서초구 농협유통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은 시민이 신선채소 코너에서 시금치를 살피고 있다.

한국은행 분석 결과 원자재 가격 충격이 클수록 수입물가 상승이 최종재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보고서는 "원자재 수입 물가상승률이 1%p 높아질 때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약 0.13%p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수입 중간재 물가상승률의 경우 1%p 상승시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0.08%p 올랐는데, 유의성이 없다고 판단될 수준으로 가격전가 정도가 낮았다.

원자재 중에서도 곡물 등 농수산품 상승의 영향이 원유 등 광산품에 비해 더 크고 오래 지속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농수산품 수입물가의 경우 상승률이 1%p 높아질 때 생산자물가 상승률 오름폭이 0.15%p로, 광산품(0.11%p)보다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

단기적으로는 수입물가 상승 국면에서 최종재 가격전가 정도가 하락 국면보다 큰 것으로 조사됐다. 또 수입물가 상승폭이 클수록 생산자물가로의 전가가 더 크다는 게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수입물가 충격시 산업별 가격전가 정도는 제조업, 건설업, 전기가스, 서비스업 순으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산업별 가격전가 정도는 수입 원자재 투입비중, 수요의 가격탄력성, 시장집중도, 정부정책 반영 가능성 등에 따라 달랐다"며 "특히 수입 원자재 투입비중이 높은 석유정제, 화학, 철강 등은 가격전가가 크게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 충격이 시차를 두고 물가를 밀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데다, 상승 국면에서 최종재 가격 전가 정도가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우리나라의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한국은행은 전망했다.

이광원 한국은행 조사국 조사총괄팀 과장은 "글로벌 경기둔화로 인한 하방 리스크(위험)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상방 리스크가 혼재되어 있어 국제 원자재 가격은 당분간 높은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