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록적 폭우로 반지하에서 일가족 3명이 참변을 당하는 일이 발생한 가운데, 반지하를 포함한 재해 취약 주택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이 윤석열 정부의 첫 주택 공급 대책에도 담겨 발표됐다. 정부는 이런 취약 주택의 개보수를 지원하는 한편 거주민들이 공공·민간임대 주택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또 다른 주거 취약계층인 청년·신혼부부 등을 위해서 시세의 70% 수준 집값의 청년원가·역세권 첫집을 향후 5년간 50만호가량 공급할 계획이다. 남양주 왕숙지구 등 3기 신도시나 역세권 정비사업 기부채납 물량 등 선호 입지를 중심으로 주택을 짓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 등이 참여하는 부동산 관계 장관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 주거안정 실현 방안’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의 첫 주택 대책인 이번 방안은 당초 지난 9일 발표 예정이었다가 일주일 미뤄졌는데, 당시 일정 연기의 계기가 된 침수 피해에 따른 대책이 함께 포함됐다.

집중호우로 인해 중부지방 곳곳이 침수 피해를 입은 가운데 11일 오후 경기 군포시 산본동 금정역 일대 한 반지하 가정집의 방범창이 뜯겨져 있다. 이곳 주민은 지난 8일 침수로 인해 고립 됐으나 당시 경찰과 이웃 주민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탈출했다. /뉴스1

◇ 반지하·고시원 등 정부 매입해 공공임대로 리모델링

재해 취약 주택으로는 고시원 등 비주택 46만3000 가구, 반지하·지하 32만7000가구 등이 꼽힌다. 이를 위해 정부가 재해 취약 주택을 우선 매입한 뒤 공공임대주택으로 리모델링한 뒤 지하 등은 거주 시설이 아닌 커뮤니티 시설로 용도 변경을 추진하는 등 개보수를 지원할 예정이다. 매입이 어려운 곳은 침수 방지 시설이나 여닫이식 방범창 설치를 위한 비용이 지원된다.

재해 우려 주택 거주자 등을 포함한 비정상 거처 거주자에 대한 공공임대 우선 공급을 연 1만호 이상 규모로 확대하고, 민간임대 이주를 희망하는 경우 3000호 이상을 대상으로 전세보증금 무이자 대출을 실시하기로 했다. 주거급여 지원 대상과 금액을 확대하고, 이주 시 보증금 외 이사비, 생활필수품 등도 함께 지원한단 방침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재해 취약 주택 및 거주자 실태 조사를 오는 9월부터 연말까지 실시하며, 이를 통한 주거 지원 종합 방안을 연내 마련할 계획이다. 단 논란이 됐던 신축 재해 취약 주택 인허가 제한 강화 방안은 일단 보류하고, 향후 관계자 협의를 거치기로 했다.

그래픽=이은현

◇ 시세 70% 값 청년원가·역세권 첫집 공급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을 위한 지원책도 이번 대책에서 함께 언급됐다. 시세 70% 이하의 집값의 청년원가·역세권 첫집 공급을 5년간 50만호 내외 공급할 예정이다. 19~39세 이하 청년, 결혼 7년 내 신혼부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등이 대상이며, 소득 요건은 민간 신혼 특공 기준인 월평균 근로자 소득 140~160% 이하로 검토한다.

그래픽=이은현

단 분양가가 시세 대비 크게 저렴한 점을 감안해, 공공 환매 등으로 시세차익 일부를 환수할 예정이다. 5년 거주가 의무 조건으로, 이후 공공에 환매 가능하고 환매 시 수분양자는 매각 시세차익의 70% 확보할 수 있다.

입지로는 남양주왕숙(1만5000~2만호), 고양창릉(9000~1만3000호), 하남교산(8000~1만호) 등이 검토되고 있다. 3기 신도시 선호지, 도심 국공유지, 역세권 등의 입지를 중심으로 계획을 수립 중이다. 고양창릉, 부천대장, 남양주왕숙 등에서 3000호 물량의 사전 청약이 우선 이뤄질 예정이다. 세부 공급 방안은 9월 ‘청년 주거지원 종합대책’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가칭 ‘내집마련 리츠’형 주택도 12월 선보일 예정이다. 이는 임대로 살면서 자유롭게 분양받는 신개념 민간 분양 모델 주택이다. 주택도시기금 등이 출자한 민간 리츠가 공급 주체가 되며, 수분양자는 분양가의 절반을 보증금으로 선납해 최대 10년간 임대 거주할 수 있다. 나머지 절반은 6·8·10년 차 분양 전환 시 감정가로 납부하게 된다. 분양을 선택하지 않을 시 임대로 거주한 기간을 청약 가입 기간으로 인정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공공임대주택. /경기도 제공

◇ 층간소음·주차 편의 지원…공공임대 질도 높인다

주택의 품질을 전반적으로 높이기 위한 지원책도 병행된다. 신축 주택의 경우, 층간 소음 문제를 막기 위해 바닥 두께를 최소 21㎝로 강화하면 분양가 가산을 허용하고, 용적률 상 불이익이 없도록 높이 제한을 완화하는 등 인센티브를 줄 예정이다. 이미 지어진 주택에는 소음저감 매트 설치비를 84㎡당 300만원 내외로 융자 지원할 예정인데, 1~3분위 저소득층이나 4~7분위 유자녀 가구에는 무이자 혹은 1%대 저금리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여유 있는 주차 시설 구축을 위해 주차면 수 세대당 1.0~1.2대, 확장형 주차구획 30% 이상 등 법정 기준을 넘어서는 경우 역시 분양가에 가산할 수 있게 허용할 예정이다. 벽체 설치·해체가 쉬운 가변형 주택 인증 대상을 확대하고, 일반주택 대비 30% 이상 공기 단축이 가능한 모듈러 주택을 활성화하기 위해 용적률 인센티브나 높이 제한 완화에도 나선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경기도 평택 e편한세상 아파트 신축현장에서 바닥충격음 현장 성능등급을 측정하고 있다. /DL이앤씨

이 밖에 공공임대주택의 질적 개선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3기 신도시 등지의 신규 공공임대주택 면적을 확대하고, 마감재와 샤워 칸막이 등 내부 설비도 개선할 예정이다. 민간 분양주택 일부를 매입해 브랜드·동호수·자재 등 구별 없는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할 계획이며, 공공임대 품질 개선을 위해 표준건축비 인상을 추진한다.

오는 하반기부터는 기존 노후 공공임대 리모델링 계획 수립에 나선다. 입지 자체도 신축의 경우 역세권 위주로 배치하고, 30년 이상 노후 영구 임대 주택의 경우 주택·생활 SOC(사회간접자본)·상업시설 복합 단지로 재정비 해, 중계·가양·하계 등지에서 시범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청년 일자리 연계형 주택, 고령자 복지주택, 테마형 매입 임대 주택 등도 새로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