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최근 정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홍장표 원장, 황덕순 한국노동연구원(KLI) 원장 등 국책연구기관장에 이어 대형 공공기관장에서도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이다.

1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김현준 LH 사장은 지난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직접 사퇴 의사를 전달했다. 윤석열 정부의 '주택 250만호+α' 공급대책 추진을 앞두고, 새 정부의 토지주택 정책을 함께 할 새로운 적임자를 찾는 것이 맞다고 판단해 이런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원희룡(왼쪽)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현준(오른쪽)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지난 5월 30일 오전 세종시 산울동 6-3생활권 M2 블록 주택건설 현장에서 열린 '건설산업 공급망 점검 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사장의 임기는 2024년 4월로 1년8개월 이상 남아 있었다. 김 사장은 행정고시 35회로 공직에 입문해 국세청장을 지냈으며, LH 임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제기 직후인 지난해 4월 사정기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LH 사장에 올랐다. 취임 후 땅 투기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전 직원 재산등록 등을 도입하는 등 부동산 투기 등 부정부패 재발 방지 시스템을 만들고, LH 혁신위원회·적극행정 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조직 쇄신에 나섰다.

하지만 최근 LH 간부 3명이 공식적인 회사 출장지에서 골프를 치는 등의 사실이 알려지며 '기강 해이' 논란이 일었고, 한덕수 국무총리와 원희룡 장관이 연이어 문책 의사를 밝히는 등 유감을 표했다. 이런 일련의 상황들이 사퇴 결정을 앞당기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LH에 따르면 김 사장은 최근 일부 임원진이 모인 자리에서 "지난 1년4개월여 동안 LH의 혁신을 위해 노력했다"며 "이제는 떠날 때가 된 것 같다"며 사퇴 의사를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 사장의 사임 표명으로 LH와 국토부는 다음 주 중 공식적인 퇴임 절차를 밟고, 차기 사장 공모에 들어갈 예정이다. 후임 사장으로는 윤석열 대통령의 부동산 공약 설계를 주도한 김경환 전 서강대 교수와 심교언 건국대 교수, 이한준 전 경기도시공사 사장 등이 거론된다. 심 교수는 차기 국토연구원장으로도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번 김 사장의 퇴임으로 문재인 정부가 선임한 대형 공공기관장의 사퇴가 줄 이을지 주목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초에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설계한 홍장표 KDI 원장과 문 정부의 대통령실 일자리수석을 지낸 황덕순 KLI 원장 등 국책연구기관장들이 현 정부와의 정책 이견과 사퇴 압박 등에 반발하며 사임했다. 두 기관 모두 현재 부원장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나, 새 원장이 임명될 때까지 1년정도의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