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이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뉴스1
직장인 김민철(가명)씨는 유럽 신혼여행에서 명품 브랜드 C사의 미화 3000달러 상당의 핸드백을 구입했다. 친지들에게 선물할 스카프와 넥타이, 화장품까지 총 4600달러를 지출했다.
공항 입국장에서 통관 심사를 받은 김씨는 600달러에 대한 면세 혜택을 받고,스카프·넥타이 등의 구매비용 1000달러(한화 130만원)에 대해선 20% 단일간이세율이 적용돼 26만원, 3000달러(한화 390만원)짜리 핸드백에 대한 관세 139만4400원까지 총 166만원의 통관세를 지불했다.
복잡한 관세 계산 때문에 김 씨는 입국장에서 몇 시간이나 허비해야 했다, 품목 별로 각기 다른 세율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김씨의 사례는 단일간이세율 적용 품목에 따른 관세 차이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 같은 관세의 비일관성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여행자 휴대품 통관 시 간이세율 체계 개편에 나선다.

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2022년 세제개편안에서 합산총액 미화 1000달러 이하에 적용하던 단일간이세율 20% 제도를 폐지하고, 품목별 개별소비세율 등을 하향 조정하는 내용의 관세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

이번 시행령 개정은 면세한도를 600달러에서 800달러로 상향 조정하는 것과 함께 해외여행객의 휴대품에 대한 관세를 낮추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종전까지 해외여행객에 대한 관세 과세 체계는 ▲600달러(구매금액 기준)까지 면세 ▲600~1600달러 구간 단일간이세율 20% ▲이후 초과 구간에 대한 품목별 과세율 적용의 방식으로 진행됐다. 개정안이 적용되면 ▲800달러까지 면세 ▲800달러 초과 구간에 대한 품목별 과세율 적용의 형태가 된다.

정부가 여행자 휴대품에 대한 통관 절차를 2단계로 축소한 것은 그동안 단일간이세율 구간을 놓고 행정 처리에서 차이가 있어 관세의 일관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세관원에 따라 고세율이 적용되는 품목의 간이세율 적용 여부가 달랐고, 이는 여행객들의 관세 행정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세관원에 따라 관세 규모가 달라진다는 것은 여행객 스스로가 자신이 구매한 품목에 대한 관세가 얼마나 나올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라면서 "세금 부과의 투명성과도 이어지는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단일간이세율 제도는 여행객의 신속통관을 위한 '모바일 통관 서비스' 대중화에도 장애물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구매 물품 중 어떤 품목을 간이세율로 적용하느냐에 따라 관세액이 차이가 났고, 시스템이 오류나기도 했다.

여행자 휴대품 통관 시 간이세율 체계 개편안. /기재부 제공

이에 정부는 단일간이세율을 전면 폐지하고, 단일간이세율로 제공했던 세제 혜택을 각 품목별 세율 인하로 대체했다.

우선 보석류 및 상아·귀금속 제품은 기존 92만6000원의 기본 관세에 463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선 50%의 관세를 물렸던 것을 기본 관세 72만1200원에 480만8000원 초과금액의 45%로 조정한다. 만약 홍콩 등에서 1000만원에 상당하는 귀금속을 사왔을 경우, 현행 제도로는 361만1000원의 관세를 내야하지만 개정안을 적용하면 305만7600원을 내면 돼 관세가 55만원 이상 감소한다.

명품 시계나 가방의 경우도 종전에는 기본관세 37만400원에 185만2000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50%를 세금으로 내야했지만, 개정안은 기본관세 28만8450원에 192만3000원 초과금액의 45%를 내면 된다. 해외에서 구입한 3000달러(한화 390만원)짜리 명품 시계의 관세는 139만4400원에서 117만8100원으로 21만원 이상 줄어들게 된다. 구입 가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통상 10~15%가량의 관세가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이 외에도 투전기·오락용 사행기구에 부여하던 55%의 관세율은 47%로 8%포인트 내린다. 30%의 관세가 붙던 모피류의 관세는 19%로, 의류와 신발류는 25%에서 18%로, 녹용은 32%에서 21%로 관세율이 낮아진다. 이들에 해당하지 않는 상품에 대한 품목의 관세율은 종전 20%에서 15%로 5%포인트 내린다.

정부는 이 같은 제도 개편을 통해 해외여행객들이 쇼핑을 할 때 관세를 고려한 소비를 하고, 여행객들의 통관 심사 기피 현상을 바로 잡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여행객들이 통관 심사를 기피하는 배경에는 '관세가 너무 많이 나오는 것 아니야'하는 세 부담에 대한 공포가 있다"면서 "부담할 세액을 인지함으로써 해외에서 과소비를 지양하게 되고, 탈세에 대한 유혹도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