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은 지난달 13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물가 안정이 시급하다”면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인상하는 ‘빅스텝’을 밟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수 금통위원들은 물가 상방 압력이 여전히 크기 때문에 연말까지 추가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은행이 2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금통위 의사록(7월 13일 개최)을 보면 금통위원 5명 모두 물가 억제에 중점을 두고 사상 첫 ‘빅스텝’을 단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통위는 지난달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는 기존 연 1.75%에서 2.25%로 0.5%p 올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지난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금통위원들은 최근 들어 경기 둔화 우려가 커졌지만, 우리나라 경제가 올해와 내년까지 잠재성장률(2%)을 웃도는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보고 경기 회복보다 물가 안정에 초점을 둔 정책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6월(6%)에 이어 7월(6.3%)까지 6%대의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한 금통위원은 “현재 통화정책이 가장 우선시해야 할 부분은 물가 상승 압력을 줄여 나가고 기대인플레이션율을 안정시키는 것”이라며 “지금 물가상승 기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가 장기적으로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다수 금통위원들은 가계와 기업이 예상하는 향후 1년간 물가상승률인 기대인플레이션이 가파르게 상승한 점을 우려했다. 기대인플레이션은 임금 인상 경로를 통해 소비자물가를 밀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기대 심리부터 꺾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다른 위원은 “최근 물가 상승세가 가속화됨에 따라 기대인플레이션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고 항후 물가와 임금 간 상호작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며 “기준금리를 가급적 빠르게 중립수준으로 높여 인플레이션 자체의 상승 모멘텀이 자리 잡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큰 폭의 금리인상은 현재 성장세에 일부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나 이는 중장기 거시경제의 안정 기조를 확보하기 위해 불가피하며, 최근 원화 약세 등 외환부문의 불균형 확대 압력을 완화하고, 혹시 발생할지 모를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한 국내금융시장의 충격 흡수 능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금통위원들은 한국은행이 지난해 8월부터 5월까지 기준금리를 다섯 차례에 걸쳐 총 1.25%p 인상했지만, 기준금리 수준은 여전히 중립금리 범위를 밑돌고 있는 완화적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중립금리를 연 2.5%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나아가 위원들은 당분간 6%를 웃도는 높은 물가상승률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들어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또 다른 위원은 “물가 상승의 속도와 확산 범위가 불과 예상을 크게 상회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정학적 위험의 장기화, 감염병 재확산과 공급망 차질, 기상여건 악화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상방 리스크가 더 큰 것으로 보인다”며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소비와 투자 감소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올해 내년도 성장은 2%대보다 낮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당분간 물가안정에 최우선 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향후 경기와 물가 전망, 금융상황 등을 감안할 때 앞으로도 상당기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며 “다만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과 통화정책의 파급시차 등을 고려할 때 향후 물가가 예상경로를 크게 상회하지 않는 한, 점차적인 금리인상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했다. 남은 금통위에서는 0.25%p 금리인상이 적절하다는 의미다.

이밖에 금통위원들은 강달러 현상이 촉발한 원·달러 환율 변동성 확대, 한·미 금리역전에 따른 외국인 자본 유출 우려 등을 고려해 이례적인 0.5%p 금리인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위원은 큰 폭 금리인상에 따른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국은행이 정부와의 정책공조를 통해 적절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위원은 “기준금리 인상은 경제주체의 이자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연구 결과 금리인상 시기에 가계 취약차주, 청년층 과다채무자, 적자 또는 유동성 부족 자영업자, 부실기업에서 우려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소비가 제약받는 가구의 비중이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 취약계층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과 함께 부실이 실제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가계의 경우 대출 부실화, 기업과 금융기관의 경우 유동성 문제, 부실채권 정리 등에 대한 대비책을 미리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