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일 “물가와 성장 흐름이 기존의 전망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물가 오름세가 예상 기조를 벗어날 경우 추가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에 참석해 “당분간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기준금리의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현 상황에서 물가 대응에 실기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물가와 임금 간 상호작용이 강화되어 높은 인플레이션 상황이 고착된다면 향후 보다 큰 폭의 금리인상이 불가피해지고 경제 전반의 피해는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다만 이 총재는 “물가가 예상했던 기조에서 벗어나면 금리인상 폭과 크기를 그때 가서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겠다”며 “빅스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올해 물가 피크아웃(peak out·정점 통과) 시점은 10월로 예상했다.

나아가 이 총재는 “한국은행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으로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으며, 정부와 함께 이들에 대한 선별적 지원 방안을 계속 강구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코로나19 지원 프로그램의 대출금리를 0.25%로 유지하는 한편, 주택금융공사 출자 등을 통해 가계부채의 구조 개선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하반기 들어 성장 하방 압력이 커졌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세계 경제는 인플레이션 압력 확대에 따른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리인상 가속화,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 등으로 성장세가 약화되는 모습”이라며 “국내 경기는 대외여건 악화에도 상반기까지는 양호한 회복세를 이어왔지만, 앞으로는 하방 위험이 우세한 가운데 불확실성도 커진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