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D·E·F노선이 최대한 빠르게 추진될 수 있도록, 5년 단위로 발표되는 국가철도망계획 발표를 앞당길 방침을 확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이르면 2026년 쯤에야 발표하는 일정이었던 5차 철도망계획 수립을 2024년쯤까지 앞당겨서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담겼던 GTX D·E·F노선 조기 착공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방침이다.

29일 국토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토부는 최근 5차 철도망 계획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 용역을 발주할 방침을 내부적으로 확정했다. 국가철도망계획은 10년에 한번 발표, 5년에 한번 보완을 원칙으로 하는 철도 분야의 최상위 법정 계획이다. 정부의 철도 정책 청사진으로, 국토부가 철도망계획 수립을 시작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숙원 사업을 이 계획에 포함시키기 위해 사활을 건다.

2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GTX-A 공사 현장에서 강희업 국토교통부 철도국장의 공사 설명을 듣고 있다. /뉴스1

2021~2030년까지의 ‘철도 청사진’은 지난 2021년에 발표됐다. 당초 2020년 발표 예정이었으나 GTX D의 노선 결정을 두고 김포 등 지역의 반발이 끊이지 않으면서 발표 일정이 1년 연기됐다. 지난 2006년 1차 계획이, 2011년에 2차 계획이, 2015년에 3차 계획이 발표됐고 지난 2021년 7월에 4차 계획이 발표됐다.

5년 주기로 발표하는 당초 스케줄대로라면 5차 계획은 4차 계획이 발표된 2021년 이후 5년 후인 2026년 공개되는 일정이었다. 하지만 국토부는 이르면 2024년 발표로 이를 앞당긴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국토부에서는 관련 연구용역을 의뢰하고 이를 바탕으로 철도 정책을 구상할 준비를 하고 있다.

연구용역 발주, 공청회 등을 비롯해 계획을 최종 결정하는 데에 필요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면 통상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국토부가 올해 안으로 연구용역을 발주를 마칠 경우, 2024년에 5차 철도망계획을 고시할 시간이 충분하다. 국토부는 지난 4차 철도망계획에 GTX D만 담기고 GTX E, F 노선이 담기지 않아 필요한 예산 등을 수립하고 빠르게 공사를 추진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철도망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발주하지는 않은 상태”라며 “현재는 내부 검토 중인 사안으로, 매우 큰 규모의 사업이기 때문에 관련해서 투입할 예산 규모 등을 논의하기 위해 기재부와의 실무 협의를 먼저 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당초 국토부는 4차 철도망계획 수정·보완 또는 5차 철도망계획 조기 수립이라는 두가지 카드를 놓고 고민했다. 4차 철도망계획을 세운지 1년도 지나지 않아 새로운 철도망계획을 만드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최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의욕적으로 GTX 조기 착공을 서두르면서 새 정부의 철도 정책 철학을 담는 차원에서 5차 조기 수립으로 방향타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공약집에 담긴 GTX D·E·F 노선도 ./국민의힘 대선공약집

5차 철도망계획의 조기 발표는 원 장관이 수도권 출퇴근 지옥 해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면서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원 장관은 지난 22일 국토부 홈페이지에 공개한 ‘2022년 업무보고’ 핵심 요점정리 유튜브 영상에서 “현재 GTX A, B, C 노선은 계획이 확정됐고 D, E, F가 윤석열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었는데 이 부분을 최대한 앞당기자”는 논의가 나왔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윤 대통령에게 GTX A노선의 개통을 2024년 6월로, B, C노선은 조기에 착공하는 것으로 보고했다.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르면 GTX E노선은 인천(검암, 계양)과 서울(김포공항, 디지털미디어센터, 신내), 남양주(다산, 양정)를 연결하는 노선이 될 전망이다. GTX F노선은 경기 고양, 서울, 부천, 시흥, 안산, 화성, 수원, 용인, 성남, 하남, 남양주, 의정부, 양주, 고양 등을 잇는 수도권 순환 노선으로 설계될 전망이다.

용산으로 이어질 방침이었던 GTX D노선은 원점 재검토 가능성도 있다. 윤 대통령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GTX D노선을 종착지인 김포와 하남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강남 라인’을 포함해 재설계한 내용을 공약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GTX D노선은 김포 장기에서 출발해 GTX B노선을 일부 활용, 서울 여의도역을 거쳐 용산역까지 가는 것으로 4차 철도망계획에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