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최근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실질 장기금리가 중립수준을 하회하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당분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6%를 상회하다가 3분기 고점을 찍고 서서히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 위원은 이날 ‘통화정책 기조변화 배경과 리스크 요인’이라는 주제로 열린 ‘한은 금요강좌’ 특별강연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 인상에 돌입해 이달까지 총 여섯 차례 금리를 올렸다. 올해 4월 이후로는 기준금리를 3회 연속 인상했고, 이달에는 사상 첫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한은금요강좌'에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 한국은행 제공

서 위원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달 전례없는 빅스텝을 결정하게 된 배경으로 금리인상의 물가 파급시차가 수개월에 이르는 점, 경제성장률이 당분간 잠재수준을 상회하는 가운데 물가급등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 가계부채 누적으로 금융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는 점 등을 꼽았다.

그는 “다수의 공급충격이 중첩되면서 물가 상승이 가속된 상황에서 금리인상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기대인플레이션을 통한 2차 파급효과를 완화하고, 고물가 국면의 고착화를 방지하는 데 유효하다고 판단했다”며 “당분간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다소의 성장 손실 비용을 감수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또 경상수지 흑자 축소, 내국인의 해외투자 확대, 외국인의 증권투자 순유출 등으로 지난해 4분기 이후 외환수급이 순유출로 전환되면서 이에 대한 경각심도 커졌다고 분석했다. 서 위원은 “원화 절하 압력과 외채증가 유인을 완화하기 위해 내외금리차의 빠른 역전을 방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금리인상에도 기대인플레이션(가계·기업이 예상하는 미래 물가상승률)을 통해 도출한 실질장기금리가 중립수준을 하회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당분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장에서는 우리나라 평균 중립금리를 2.5% 수준으로 보고 있다.

다만 “올해 하반기 이후 경기전망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금리인상 속도는 경기, 물가 전망, 금융시스템과 소득불균형에 미치는 영향 등을 다양하게 점검하면서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 위원은 “미국, 중국 등 주요 수출대상국의 경기둔화로 우리나라 수출 여건이 악화된 가운데 민간소비도 실질구매력 감소, 감염병 재확산 등으로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며 “모형분석에 따르면 기준금리 1.75%포인트(p) 인상은 연간 경제성장률을 0.4%p 정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물가상승률은 당분간 6%를 웃돌다가 3분기 고점을 찍은 뒤 서서히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에도 수요와 공급측면의 압력이 지속되면서 물가상승률이 3%를 넘어설 수 있고, 겨울철 에너지 가격이 급등할 경우 물가 고점도 지연될 수 있다고 봤다.

서 위원은 “향후 금리인상 속도는 하반기와 내년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소폭 상회하고 물가상승률이 수개월내 고점을 지나 점차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 아래 점진적인 인상경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되는 동시에 성장의 하방압력이 확대되면서 물가와 성장 간 상충관계(trade-off) 심화된다면 정책결정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