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국책연구원장인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과 황덕순 한국노동연구원장의 사표가 공식 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KDI는 고영선 부원장의 원장 대행 체제로 전환했다.

15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경사연)에 따르면 정해구 경사연 이사장은 전날 홍 원장에 이어, 이날 황 원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경사연 관계자는 “홍 원장의 공석으로 KDI는 당분간 고 부원장의 원장 대행 체제로 전환, 황 원장의 대행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사연은 산하에 KDI와 한국노동연구원 등 26개 기관을 두고 있다.

(왼쪽부터)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 원장, 황덕순 한국노동연구원 원장. /뉴스1

앞서 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소주성) 정책의 설계자로 알려진 홍 원장은 지난 6일 돌연 “생각이 다른 저의 의견에 (한덕수 국무)총리께서 귀를 닫으시겠다면, 제가 KDI 원장으로 더 이상 남아 있을 이유는 없다”는 입장문을 내며 사실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사의를 표명한 지 8일 만에 사표 수리가 이뤄진 것이다.

홍 원장은 공식 사퇴 처리와 함께 이날 KDI 내부망에 이임사를 게시하기도 했다. 그는 “저는 우리 KDI의 미래 50년을 열고 구성원들의 자부심을 드높이는 원장이 되겠다고 약속했다”며 “하지만 하고자 했던 바를 다 이루지 못하고 이렇게 떠나게 돼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고 썼다. 이어 “제가 떠나더라도 KDI 연구진들은 흔들림 없는 소신으로 오직 국민을 바라보고 연구를 수행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소주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우리나라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을 꿈꾸는 담대한 비전을 기획하고 과거에는 가보지 않았던 새로운 길을 제안했다”며 “이 비전에 따라 정책을 만들고 정책 현장을 경험한 것은 경제학자로서 커다란 행운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 인상애서 가장 치열했던 5년 동안의 ‘정책의 시간’을 마감하고 학자의 길로 되돌아가 ‘성찰과 축적의 시간’을 갖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근무하던 부경대에서 2학기부터 강연을 이어갈 전망이다.

한편 문 정부 시절 청와대 일자리수석비서관을 지낸 황 원장도 이날부로 공식적으로 원장직을 내려놓게 됐다. 그는 홍 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당일 밤 전 직원에게 ‘국책연구기관으로서 연구 자율성·독립성을 누리면서 국가 정책 발전에 기여해야 하는데, 최근 둘 사이의 균형을 잡기가 어려워졌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냈다. 황 원장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고용노동비서관, 일자리기획비서관, 일자리수석을 지내며 고용노동 정책을 주도했다. 지난해 2월 임기 3년의 노동연구원장으로 취임해 임기가 1년 반가량 남아있는 상태에서 원장직을 그만두게 됐다.

한편 여권에서는 이들의 인사 책임자이자 같은 문 정부에서 임명된 정 이사장에 대한 자진 사퇴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해 3월 임명된 정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경제인문사회연구원) 홈페이지를 보면 포용국가, 한국판 뉴딜과 같은 문재인 정부 핵심 국가 비전이 그대로 남아 있다”며 “정해구 이사장은 윤석열 정부 공공기관장으로서 업무수행 의지가 있는지 상식과 양심에 비춰보고 조속한 시일 내에 자신의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