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다수 시장 전문가들은 한은이 오는 1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인상하는 '빅스텝(big step)'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경우 기준금리는 연 2.25%로 높아지게 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7~8월까지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웃도는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격적인 금리인상 행보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한국은행도 전례없는 빅스텝을 단행할 것이라고 봤다.
◇ 전문가 14명 중 12명 "한은, 7월 금리 0.5%p 인상"
조선비즈가 10일 국내외 증권사 거시경제·채권시장 전문가 1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4명 중 12명은 한은이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연 1.75%에서 연 2.25%로 0.5%포인트(p)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들은 한은이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기대 심리를 제어하고, 한·미 금리 역전에 따른 외국인 자본 유출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상 첫 빅스텝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6월 물가상승률이 6%를 찍었고 7~8월에는 더 높아질 게 확실시되기 때문에 기대인플레이션 억제 차원에서 한은도 기준금리를 0.5%p 올릴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가계와 기업이 예상하는 미래 물가상승률인 기대인플레이션은 실제 물가지표와 상호작용하면서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우리나라의 기대인플레이션은 지난달 3.9%까지 치솟았는데, 한은은 높은 기대인플레이션 확산을 방지하는 데 통화정책의 주안점을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얼 SK증권 연구원도 "현재 통화정책의 핵심은 물가 안정인데 물가는 (공급측 상승 요인이 크기 때문에) 통제가 불가능하고, 한은이 0.5%p 금리인상을 통해 물가 기대 심리를 제어하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본다"고 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이 지난달에 정책금리를 0.75%p 인상했고 7월에도 0.75%p 올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한은도 한·미 금리 격차를 고려해 이번 금통위에서 0.5%p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며 "물가 대응을 위한 강한 시그널을 보내는 동시에 미국과의 금리 격차도 선제적으로 줄여야 향후 통화정책 운용을 할 때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는 데 그칠 것이란 의견은 14명 중 2명에 불과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지금까지 기준금리를 누적 1.25%p 인상했기 때문에 큰 폭의 추가 인상은 가계의 이자상환 부담을 키우고, 성장 둔화를 자극하는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전문가 70% "연말 금리수준 연 2.75% 이하"
7월 이후 추가 금리인상 시점으로는 8월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전문가 14명 중 13명은 한은이 8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p 올릴 것이라고 봤고, 이 가운데 9명은 한은이 8월에 이어 10월에도 0.25%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향후 한은의 금리인상 횟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변수로는 인플레이션 추이와 연말 경기침체 가능성을 꼽았다. 물가가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시점과 맞물려 수출 증가세 둔화, 성장률 하락 등이 연말로 갈수록 현실화되면 금리인상 동력이 떨어질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실제 한은이 올해 마지막 금통위가 열리는 11월까지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14명 중 4명에 그쳤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한은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이르면 8월, 늦어도 10월에는 끝날 것이라고 봤다. 우리나라 연말 기준금리 수준의 경우 연 2.75%라는 답변이 6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연 3% 4명, 연 2.5% 3명, 연 2.25% 1명 순이었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유독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높기 때문에 금리인상이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며 "7월에 빅스텝을 단행하면 경기 하방 압력도 덩달아 커지기 때문에 11월 금통위는 동결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은 앞으로 1~2달 내 정점을 찍고 내려올 것 같고, 이후에는 경기 둔화가 통화정책 경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미국은 물론 전쟁의 중심지인 유로존의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우리나라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도 "4분기에는 우리나라 일평균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며 "수출이 둔화되는 국면에서 금리를 올리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물가 기여도가 100% 가까이 공급측 상승 압력인 점을 감안하면 4분기 추가 금리인상은 물가 억제 측면에서 효과적이지도 않기 때문에 금리인상 사이클은 연 2.5%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