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8일 부산 기장 고리 원전을 방문해 “올해 여름 전력 수급이 어느 해보다 어려운 상황”이라며 “원전이 국내 전력 공급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원인 만큼 재가동된 고리 2호기를 비롯해 원전이 올여름 전력 공급에 기여할 수 있도록 안전하게 운영해달라”고 했다.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 연합뉴스

박 차관은 이날 한국수력원자력의 여름철 전력 공급 대책과 고리 2호기 재가동 상황을 점검하고, 원전 현장 근무자를 격려하기 위해 부산을 찾았다. 앞서 고리 2호기는 지난달 3일 설비 고장으로 정지했다가 해당 설비를 교체한 뒤 같은 달 30일부터 재가동 중이다.

박 차관은 “올여름은 평년보다 기온이 높을 전망이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 경기가 회복하면서 전력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력 수급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는 원전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속한 정비로 고리 2호기가 빨리 재가동된 것에 대해 직원 여러분께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박 차관은 지난 5월 20일에도 취임 후 첫 번째 현장 행보로 원전 업계를 택한 바 있다. 당시 그는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에서 원전업계 간담회를 진행하며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신속히 재개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고리 원전 방문에서 박 차관은 이달 6일 유럽의회가 지속 가능한 녹색 분류 체계(Taxonomy·택소노미)에 원자력을 포함하기로 한 것에 관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세계적으로 원전 활용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환됨을 시사한다”며 “2050년 넷 제로(Net Zero) 등 탄소중립 수단으로 원자력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했다. 박 차관은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야기한 유가 상승, 천연가스 수요 불균형 등 에너지 안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원자력이 재조명됨을 의미한다”고도 했다.

박 차관은 “올해 6월 기준 전 세계 33개국에서 441기(394GW)의 원전을 운영하고, 17개국이 53기의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는 등 원전 사업이 활기를 띤다”며 “우리나라가 이달 5일 발표한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이 지난 정부의 탈원전 중심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공식적으로 대체한 것도 이런 세계적 흐름에 부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정부는 EU 택소노미 등의 추세에 맞춰 한국형 택소노미도 원전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보완할 계획이다. 박 차관은 “EU에서 논의된 기준과 국내 상황 등을 고려해 원전 포함에 관한 각계 의견을 수렴해 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