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9620원을 두고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최저임금위원회에 특별위원으로 참여해 중재 역할을 맡았던 정부는 결정된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언급을 삼가는 모습이다.
사용자 위원과 근로자 위원이 표결에 빠져, 공익위원들의 표결로 최저임금이 결정된 상황에 특별위원으로서 중립성 훼손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는 올해 최저임금 결정이 8년만에 심의 법정 시한을 준수한 것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기재부 당국자는 30일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경영계와 노동계의 입장 간극이 커 올해도 최저임금 심의를 법정 시한 내 처리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면서 "책정된 임금 수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법정 시한 내에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했다는 것은 나름의 성과"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전날 밤 열린 제8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9620원으로 의결했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주휴수당을 포함해 201만580원이다. 연봉으로 따지면 2412만6960원이다.
당초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1만890원을, 경영계는 올해와 같은 수준으로 동결할 것을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3차에 걸친 수정에도 노동계는 1만80원으로 1만원대를 고수했고, 경영계는 9330원을 수정안으로 제시했다. 협의 난항 속 최저임금은 결국 공익위원들의 표결을 거쳐 9620원으로 확정됐다. 공익위원들은 경제성장률(2.7%)과 물가상승률(4.5%), 취업자 증가율(2.2%)을 반영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도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정부는 고물가 상황 속 급격한 임금 인상에 대해 우려하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8일 경총 회장단과의 간담회에서 "최근 일부 기업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높은 임금인상 경향이 나타나면서 여타 산업·기업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과도한 임금인상은 고물가 상황을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 격차를 더욱 확대해 중소기업 근로취약계층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고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최저임금 확정을 앞둔 시점에 사용자 측에 힘을 실어준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추 부총리의 발언은 대기업의 높은 임금 인상과 이로 인한 일자리 미스매치, 또 물가 압력을 우려한 발언이라며 최저임금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기재부 당국자는 "추 부총리의 경총 간담회 발언의 요지는 대기업의 임금 상승으로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발생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갈등이 야기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것"이라며 "이를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