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만에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MC-12)에 참석하고 돌아온 한국 정부가 현재 유럽연합(EU)에서 추진 중인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무역장벽으로 작용하지 않게 해달라고 EU에 요청했다. 또 우리나라는 유해 수산 보조금 금지, 식량 불안 해소, 코로나19 백신 지식재산권 일시 유예 등에 관해서도 국제사회와 합의했다. 정부는 WTO 중심의 다자무역체제 정상화 노력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이 6월 10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본부 본회의장에서 열린 OECD 각료이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 산업통상자원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간담회를 열고 이런 내용이 담긴 WTO 각료회의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 참석 결과를 소개했다.

WTO 각료회의는 WTO 164개 회원국 통상장관이 모두 참석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이 회의는 그간 2년마다 개최됐는데, 팬데믹으로 회의가 두 차례 연기되면서 2017년 이후 지금까지 열리지 못했다. 이달 12일부터 17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5년 만에 개최된 WTO 각료회의는 시작 전부터 우려를 낳았다. 글로벌 통상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도 복잡한 상황에서 영향력이 크게 약해진 WTO가 과연 제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비관적 시선이 많았기 때문이다.

기대와 염려가 뒤섞인 이번 WTO 각료회의에서 회원국들은 팬데믹 대응, 코로나19 백신 지재권, 식량 위기 대응, 수산 보조금 등 7개 주요 의제별 각료선언과 각료 결정에 합의하는 성과를 거뒀다. 식량 안보와 관련해서는 농산물의 원활한 교역을 위해 불필요한 수출 제한·금지 조치를 자제한다는 내용의 각료선언을 채택했다. 개발도상국이 백신 지재권의 일시 유예를 요구한 것과 관련해선 기존 WTO 지식재산권협정(TRIPs)에 규정된 강제 실시 요건을 백신에 한해 완화하기로 합의했다.

21년 동안 이어져 온 수산 보조금 협상도 타결됐다. 회원국들은 불법 어업과 남획된 어종에 관한 보조금을 금지하기로 했다. 원양어업에 주는 보조금을 금지하는 조항은 삭제했다.

안 본부장은 "코로나19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글로벌 식량 위기가 촉발된 가운데 신속히 대응책을 마련하면서 WTO의 효과성과 적실성을 보여줬다"며 "특히 지난 21년간 지지부진하게 이어져 온 수산 보조금 협상이 마침내 타결되면서 WTO의 다자 협상 기능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WTO 각료회의에 앞서 지난 9~1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OECD 각료이사회에서는 올해 OECD의 목표인 '지속 가능하고 포용적인 녹색 전환'에 관한 우리 정부의 비전과 목표를 공유했다. 이 자리에서 안 본부장은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EU 수석부집행위원장, 마티아스 코먼 OECD 사무총장과 만나 현재 EU가 추진 중인 CBAM이 일방적인 무역장벽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향후 법안 처리 등 제도 입법 과정에서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줄 것을 촉구했다.

CBAM은 EU가 수입 제품의 탄소 함유량에 EU 탄소배출권거래제(ETS)와 연동된 탄소 가격을 부과해 징수하는 제도다. 수출 기업 입장에서는 추가 관세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EU는 오는 2025년까지 CBAM 전면 도입을 계획 중에 있다. 안 본부장은 "이번 이사회를 통해 OECD 포괄적 탄소 저감 접근 포럼을 발족했다"며 "각국 기후정책이 무역장벽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국제 공조와 정책 협력을 강화할 기반을 마련했다"고 했다.

한편 안 본부장은 20~21일 프랑스 파리 팔레 데 콩그레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도 참석해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2차 발표를 지원하기도 했다. 현재 한국은 이탈리아, 사우디아라비아와 박람회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BIE 총회에서 안 본부장은 박람회에서 소개할 기술과 개최지인 부산을 홍보하는 등 우리나라의 박람회 개최 역량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