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단기 금융시스템 상황을 나타내는 금융불안지수(FSI)가 올해 3월 이후 '주의'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 중앙은행(Fed)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으로 국내 주식과 원화 가치가 급락하고 채권 금리가 뛰는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영향이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금융불안지수는 지난 5월 기준 주의단계(8 이상)에 해당하는 13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한창이던 2020년 9월(15.9)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2월 6.8이었던 이 지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여파로 3월에 8.9로 올라서면서 주의단계에 들어섰다. 이후 연준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등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4월(10.4)과 5월(13)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3월 이후 원·달러 환율과 채권금리 상승, 주가 하락 등 금융시장 가격변수의 변동성 확대로 FSI가 주의단계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달 들어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만큼, 6월 금융불안지수도 상승폭을 확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연초 '심리적 지지선'으로 불리는 1200원을 넘어섰고, 연준이 이달 정책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p)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한 뒤로 1300원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미국의 긴축 충격에 외국인의 '셀 코리아'가 이어지면서 코스피지수는 최근 2300선까지 미끄러지면서 연저점을 경신한 바 있다.
금융불안지수는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인 2020년 4월 24.4까지 치솟으면서 한때 위기단계(22 이상)를 넘어서기도 했다. 앞서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이 지수는 주의단계를 넘어 서서히 위기단계로 진입했다. 과거 경제위기 당시 이 지수가 주의단계에 들어선 뒤 위기단계까지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6~8개월이었다.
현재 우리 경제가 저성장·고물가 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미국의 가파른 금리인상 여파로 국내 주식·채권·원화 가치가 동반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가 나타나고 있어 향후 2~4개월간 금융불안지수 흐름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외 충격으로 금융시스템 불안이 커질 경우 이 지수가 빠르면 2개월 내 위기단계까지 올라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 연준의 0.75%p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공급망 차질이 중첩되면서 우리 경제가 복합 위기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금융불균형 상황과 금융기관 복원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금융취약성지수(FVI)는 52.6%로 집계됐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하락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장기 평균(37.4)을 상회했다. 한국은행은 "가계부채 누증, 높은 주택가격, 기업의 불균등 회복 등으로 중장기 시계에서의 금융시스템 내 잠재 취약성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압력, 주요국 정책금리 인상 가속,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지속, 중국 등 신흥시장 불안 가능성 등이 향후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저하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욱 한국은행 금융안정국장은 "금융불균형 누증을 억제하는 한편 대내외 리스크 심화 가능성에 대비해 금융기관의 복원력을 제고하는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