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원·달러 환율이 장중 1297원을 넘어 연고점을 경신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가속화, 우리나라 무역수지 적자 지속, 경기침체 우려 확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원화 강세 재료가 부재한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을 포함한 주요국이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조만간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1300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7원 오른 1297.3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2.1원 내린 1291.5원에 출발한 환율은 장 초반 상승 전환한 뒤 장중 한때 1298원에 근접한 수준(1297.9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2009년 4월 30일(1325원) 이후 약 13년 만에 최고치다. 종가 기준으로는 사흘 연속 연고점을 경신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이달 들어 원화 약세 재료가 두드러지면서 원·달러 환율도 1300원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주요국의 통화정책 긴축이 그 중 하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물가 억제를 목표로 정책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p)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다음 달에도 단행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데다, 유럽중앙은행(ECB)도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유로화도 강세를 보였다.
대외 리스크 확산으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높아지면서 대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화는 강세를 지속했다. 이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보다 0.23% 상승한 104.455를 기록했다.
전날 발표된 이달 1~20일 무역수지가 76억달러 적자를 기록한 점도 원화 약세 요인으로 꼽힌다. 수입액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수출이 감소하면서 무역수지 적자폭이 확대됐다.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한국 수출 전망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원화 약세 압력을 더하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내년 미국 경기침체 확률을 기존 15%에서 30%로 상향조정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얼마 전까지는 달러 강세 압력이 외환시장을 지배하면서 원·달러 환율도 상승세를 이어왔는데, 무역수지 적자 우려에 수출 전망이 악화되면서 원화 약세 압력까지 더해지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