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첫 경제정책방향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와 민간·시장 주도 성장 등 자유 시장 경제 활동의 복원을 내세웠다는 점을 강점으로 지목했다. 반면, 위기 대응을 넘어 장기적인 비전 제시 등이 부족하다는 점, 분배 등 불평등 해소와 관련된 정책이 미흡하다는 점은 약점으로 분석됐다.

17일 조선비즈는 경영전략의 의사결정 방법 중 하나인 SWOT(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협) 분석으로 이번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진단했다. 경제학자들이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 대해 평가하며 공통적으로 짚은 특성들을 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협으로 분류해봤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김현욱 KDI 정책대학원 교수,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참여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추 부총리, 이정식 고용농동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1차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뉴스1

◇강점(S) : 자유 시장 경제 강조와 기업 친화적 기조 선포

우선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의 강점은 자유 시장 경제를 강조하고 기업의 경영 활동에 부담을 지우는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는 점이다.

우석진 교수는 "보통은 내세우기 힘든 규제 완화와 기업 친화적인 면을 과감하게 내세우는 것이 지난 정부와 차별점이 있는 좋은 점"이라며 "과감하게 기업의 상속 관련된 공제를 확대해주는 등, 기업의 요구를 화끈하게 들어줬다"고 평가했다.

김현욱 교수는 "생산성을 제고하고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은 기업의 활력 강화, 규제 혁신에서 나오는데 이번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는 이런 내용이 상당히 부각돼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부가 직접적으로 개입하기보다는 환경, 기반을 조성해주겠다는 선언을 했다는 점이 민간 기업들에게 큰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식 교수도 "자유 시장 경제를 천명한 것이 지난 정부와 차별화되는 새로운 점, 장점이 될 수 있겠다"며 "과거 정부가 주도하는 경제 운용에서 시장을 중시하겠다고 강조했다는 점은 강점"이라고 말했다.

◇약점(W) : '세제'... 과도한 감세 vs. 부동산 감세는 미봉책, '공정성' 결여

이번 경제정책방향의 약점으로는 '세제'가 꼽혔는데, 그 방향에 대해선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렸다. 우 교수는 '감세 대책이 과도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가업상속공제 매출액 기준 상향은 과도한 감세라고 짚었다. 우 교수는 "기업들은 상속세를 아끼고 싶을 뿐, 정말로 가업을 상속하고 싶은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은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정도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재벌의 상속 문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도록 하는 지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같은 감세가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필요한 재정 정책을 수행하는 데에 필요한 충분한 재원을 마련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우 교수는 "의무 지출 사항이 매우 많은 상황에서 감세를 하는 것이 타당해 보이지 않는다"며 "인플레이션, 경제 과열 국면에서 세금이 더 많이 들어오는 것은 일종의 '자동 안정화 장치'인데 이런 장치를 감세를 해서 거둬들이는 점이 이상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반면, 김정식 교수는 새 정부의 부동산 감세가 미흡하다는 판정을 내렸다.그는 "종합부동산세가 재산세와 함께 부과되면서 이중과세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전반적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는 보이지 않고, 1세대 1주택자의 세부담을 경감해주는 미봉책만 내놓았을 뿐"이라면서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 문제는 건드릴 엄두도 못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정부 대책은 비싼 수입 외국차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세금을 깎아주면서, 중고차 3대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차값만큼 세금을 걷는 것을 계속하겠다는 것과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그래픽=-손민균

◇기회(O) : 교육교부금 등 해묵은 과제 개선 의지 강조

부처간 입장 차이나 지방자치단체와의 갈등 상황을 유발할 수 있는 해묵은 규제에 대한 개선 의지를 강조한 점은 이번 경제정책방향의 기회 요인으로 지목됐다.

우 교수는 대표적인 사례로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의 사용처를 대학교, 평생교육 등 고등 교육까지 확대하겠다는 정책을 꼽았다. 중앙정부가 부담하는 교육교부금은 매해 국민들이 납부하는 내국세수의 20.79%와 교육세 세수 일부의 합계로 정해지고 초·중·고 교육비 재원으로 사용된다.

국세가 늘어날수록 시·도 교육청에 배정하는 교부금도 자동으로 늘어나는 구조다. 지난해 53조2000억원이던 교부금은 올해 65조1000억원으로 늘려 잡혔다. 향후에도 경제 규모가 축소되지 않는 한 세수와 교부금액은 구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초·중·고 학령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고령 인구는 급증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재정학자들이 교육교부금을 '수술 1순위'로 꼽고 있었는데, 윤 정부가 과감하게 교육교부금의 사용처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이다.

◇위협(T) : 부족한 장기 비전, 규제 개혁의 구체적 실행 방법

이번 경제정책방향의 위협 요인으로는 '장기 비전이 부족하다는 점'과 '구체적인 실행 방법에서의 실효성' 등이 꼽혔다. 우 교수는 대표적인 정책으로 반도체학과 증원 계획을 언급하면서 "단기적인 산업 수요에 맞추기 위해 장기적인 인력 양성 계획을 이렇게 주먹구구로 짜도 되는 것인가"라며 "필요한 인력은 기업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투자해 육성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 지시 사항이라는 이유로, 대통령이 해당 사안의 전문가도 아닌데 너무 많은 정책들이 한 방향으로 한꺼번에 쏠려서 움직인다"며 "10년, 20년간 반도체가 우리나라의 주된 먹거리가 된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이고, 단기적인 수요에 맞춰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한 백년대계인 교육 정책을 그런 식으로 짜는 것이 맞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김현욱 교수는 "경제정책방향에서 구조조정에 대한 논의가 지나치게 뒤로 밀려나 있는 인상을 주고 있다"며 "시장에서 퇴출된 노동력에 대한 재교육, 재활 지원이 약하다"는 점을 위협 요인으로 꼽았다. 민간의 활력을 되살리는 차원의 규제 개혁을 강조한 것은 강점이지만, 공공 부문에 산적한 규제에 대한 언급이 부족한 점은 위협 요인으로 김 교수는 꼽았다.

박성욱 선임연구위원은 "이전 정부들에서 경제정책방향에는 상당히 세세한 내용들이 들어있었는데, 이번 경제정책방향은 큰 틀만 제시돼 있어 실제로 어떻게 실행될지가 관건"이라며 "가령 규제개혁이라는 구호는 항상 여러 정부에서 시도했던 사항이고, 다들 중요하게 생각했던 사안이지만 어떤 방식으로 어디를 중심으로 하는지에 따라 성과가 달라졌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