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6일 다소 낯선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이창용 신임 한은 총재의 데뷔전이자, 코로나 정상화 후 첫 금통위 자리였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 1.5%에서 연 1.75%로 0.25%포인트(p)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회의 시작 3분 전인 오전 8시 57분 서영경, 이승헌, 조윤제, 주상영, 박기영 금통위원들이 함께 회의장에 들어섰다. 이승헌 위원은 옆자리 서영경 위원에게 “이 장면 오래간만인데요”라고 미소를 띠며 말을 건넸다. 이날 회의는 코로나 정상화 후 열리는 금통위로, 오전 9시 회의 시작 전 기자들이 회의장의 분위기를 볼 수 있도록 잠시 개방하는 일을 2년4개월 만에 재개했다. 오랜만에 북적이는 회의장 장면을 보며 반가움을 표한 것이다.

조윤제 위원은 물을 마시며 차분한 표정으로 회의 시작을 기다렸다. 나머지 주상영, 박기영 위원들도 별다른 표정을 띠지 않은 채 서류를 검토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1분 뒤인 오전 8시 58분 ‘데뷔전’을 치르는 이창용 신임 총재가 회의장에 들어섰다. 이 총재는 이날 밝은 연두색 넥타이를 맸다. 다소 긴장한 표정을 보인 그는 처음 두드리는 의사봉이 어색한 듯 해 보였다. 정식 취임 후 처음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는 “수고 많으시고 이따 11시에 뵙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한은은 이날 금통위 정기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결정과 수정 경제전망을 함께 발표한다. 앞서 조선비즈가 국내 증권사 거시경제·채권시장 전문가 1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전원이 기준금리 25bp(1bp=0.01%포인트) 인상을 내다봤다. 이 총재가 물가 안정을 언급하며 ‘빅스텝’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내놓은 만큼, 이달 기준금리 인상은 기정사실로 보는 분위기다. 이날 금리 인상이 결정되면 2007년 7·8월 이후 약 15년 만에 처음으로 두달 연속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지는 셈이다.

수정 경제전망의 경우,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대 초반으로 상향 조정하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7~2.8% 수준으로 낮출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중앙은행(Fed)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 중국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봉쇄 조치 등 악화하는 대외적 여건에 따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