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83조원으로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90조원 폭증한 공공 기관 부채 다이어트를 위해 정부가 재무 건전선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공공 기관 평가기준을 재편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등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이행에 공공 기관이 동원되느라 악화된 공공 기관의 방만 경영에 고삐를 조일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문재인 정부가 대폭 강화한 '사회적 가치 구현' 부분의 평가 배점을 낮추고 재무예산 운영·성과에 배점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적자가 발생하거나 부채가 과도한 공공기관은 경영평가에서 성과급을 받을 수 없는 'D등급 이하'의 성적표를 받을 수도 있게 된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23일 "사상 최대인 583조원에 이르는 공공기관 부채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비정상적으로 낮은 재무 상황에 대한 평가 배점을 높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면서 "오는 3분기 중 발표되는 2023년도 공공기관 평가 기준 수정본에 이런 기조를 반영하기 위해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매년 6월 131개 공공기관(공기업·준정부기관)에 대한 경영 평가를 성적을 매겨서 발표한다. 탁월(S), 우수(A), 양호(B), 보통(C), 미흡(D), 아주 미흡(E) 6단계로 구성된 성적에 따라, 각 공공기관의 성과급이 결정된다. S등급을 받은 공기업은 기본급의 250%를 성과급으로 지급받고, D등급과 E등급은 성과급을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기재부가 발표한 2021년도 및 2022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편람'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실시하는 공기업 등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경영관리 55점, 주요사업 45점을 배정해 100점 만점 방식으로 평가가 진행된다.
문제는 지속 가능한 기업 경영의 근간인 재무관리의 평가 배점이 지나치게 낮았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기관 일자리 창출 확대 독려하기 위해 ▲일자리 창출(6점)을 비롯해 ▲균등 기회와 사회통합(4점) ▲안전·환경(5점) ▲상생·협력 및 지역발전(5점) ▲윤리경영(5점) 등 사회적 가치구현의 배점을 25점으로 높였다. 경영관리 부문 배점의 절반 가량을 배정한 것이다. 반면, 재무관리 등 등은 5점으로 축소했다. 인건비 확대 등을 제약하는 재무 관리 부분의 평가 비중을 낮춘 것이다.
그 결과 경영평가를 잘 받기 위해 공공기관들은 인력을 경쟁적으로 늘렸고, 문재인정부 임기 전인 2016년 32만8479명이었던 공공기관 임직원 수는 작년말 44만3570명으로 11만5091명 증가했다.
윤석열 정부는 이 같은 조직 비대화가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과 부채 증가를 유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인사 청문회 당시 "최근 공공기관의 규모와 인력·부채가 확대돼 경영 비효율성에 대한 우려가 높은 상황"이라며 "공공기관의 효율성을 높이고 재무건전성을 확보, 혁신을 위한 자율·책임경영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또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이행과 관련된 ''한국판 뉴딜 추진을 위한 노력' 등을 평가 기준을 삭재하는 작업도 병행할 방침이다. 구조적으로 기업 경영의 근간인 재무관련 평가 기준의 경우 쉽게 변경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 "이러한 내용을 반영해 정권이 바뀌더라도 경영평가 틀이 지속될 수 있도록 지표를 설계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기조가 오는 6월에 발표되는 2022년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전면적으로 적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발표된 평가 기준을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다는 이유 만으로 한꺼번에 바꾸면 평가 공정성 시비가 일어날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기재부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성적을 발표하면서 악화된 공공부문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018년 공기업 경영평가단장을 맡은 신완선 성균관대 시스템경영학부 교수는 "공공기관의 공공성과 효율성의 적정 밸런스를 찾기 위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면서 "내년에 시행될 평가는 최소한 가중치라도 조정해서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특별히 강조할 부분은 정부권장 정책에 반영하는 방식 등으로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