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전문 기업 경동나비엔(009450)이 계열사로부터 보일러 부품을 원가보다 싸게 공급받은 것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명령을 내리고 총 37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기업집단 경동의 계열회사인 '경동원'이 '경동나비엔'에 외장형 순환펌프를 저가로 판매한 행위를 적발하고, 경동원에 24억3500만원, 경동나비엔에 12억4500만원 등 36억8000만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외장형 순환펌프는 기름보일러와 함께 판매되는 장비로, 가열된 온수를 순환시키는 역할을 하는 장치다.
공정위에 따르면 경동원은 지난 2009년 1월부터 2019년 3월까지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기름보일러 가동에 필요한 외장형 순환펌프를 매출원가 이하 가격으로 판매하는 방식으로 경동나비엔을 지원했다.
경동원이 경동나비엔과 거래한 가격은 매출원가보다 낮은 수준이어서 생산을 할수록 손실이 악화되는 상황이었다. 반면 경동나비엔은 저렴하게 부품을 공급받아 가격 경쟁력 우위로 기름보일러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결정은 기업집단 경동의 총괄부서 격인 경동나비엔 소속 기획팀이 결정한 것으로, 경동나비엔이 손해를 보지 않는 수준에서 납품가를 설정함으로써 경동원이 모든 손실을 부담하는 거래구조가 형성됐다.
이와 관련 경동 내부에서도 경동원이 외장형 순환펌프를 생산할수록 손실이 커지는 문제를 지적하며 납품가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으나, 실제로 반영되진 않았다.
10여년간의 저가 거래로 경동원은 51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은 반면, 경동나비엔은 최소 51억원의 이익을 제공받았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경동원의 지원행위가 없었다면 경동나비엔은 외장형 순환펌프 시장에서 상당한 영업손실이 발생하거나, 가격경쟁력이 약화돼 판매를 중단하거나 축소할 개연성도 있었다"면서 "실제로 경동나비엔은 지원행위가 종료된 2019년과 2020년 각각 3억8000만원과 5억30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기업집단 경동은 고(故) 손도익 회장이 1967년 설립된 왕표연탄을 모태로 한다. 1973년 경동나비엔의 전신인 경동기계를 설립하는 등 기름·가스보일러, 온수기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2001년 손 회장이 별세한 후, 장남인 손경호 명예회장이 경동도시가스를, 차남인 손연호 회장이 경동나비엔을, 삼남인 손달호 회장이 경동에너지를 맡아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경동나비엔의 최대주주는 지주회사인 경동원(지분율 50.51%)이다. 손연호 회장과 친족, 특수관계법인은 경동원의 지분을 94.43%(2020년말 기준, 공정위) 보유하며 경동원과 경동나비엔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번 건은 오너 일가의 지분이 많은 계열회사의 이익을 위한 지원은 아니어서 손연호 회장 등에 대한 부당지원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황원철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경동 내부의 부당 지원으로 경쟁사업자의 사업 기회와 신규사업자의 시장 진입이 막히는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면서 "기업의 부당지원 행위는 오너일가의 사익 추구 뿐만 아니라 지원 객체가 속한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여지가 있는 건을 모두 포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