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우리나라의 골프용품 수입액이 한국 돈으로 1000억원을 넘어서며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의 방역 조치 완화가 엔데믹(풍토병화)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면서 사치재 성격의 소비재인 골프용품 수요를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된 주요 백화점 실적과 물가 상승세와 연동해 오르는 근로자 임금 증가폭 등도 국내 소비 심리 개선 분위기를 말해준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둘러싼 거시경제 환경은 고금리·고환율·고물가의 3고(高)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많은 경제학자가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최악의 경제 위기가 들이닥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금의 소비 심리 개선세가 지속할 수 있을지 물음표가 붙는 이유다. 대내외 리스크가 큰 요즘 같은 때에는 물가 상승에 따른 임금 인상이 기업 비용 증가→제품 가격 인상→추가 물가 상승의 악순환 고리를 완성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온다.
◇ 4월 골프용품 수입액 처음 1000억원 돌파
17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4월 우리나라의 골프용품 수입액은 7806만달러(약 1003억원)로 집계됐다. 정부가 해당 통계를 작성한 이래 월 기준 최고치다. 종전 최고치는 지난 2월의 7510만달러였다. 중량 기준으로 봐도 4월 골프용품 수입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1000톤(t)을 돌파해 1036t을 기록했다.
한국의 골프용품 수입이 급증한 건 전 세계에 팬데믹이 강타한 2020년 이후부터다. 넓은 야외 공간에서 다른 이와 접촉 없이 즐길 수 있는 골프의 특성이 비대면 문화 확산 추세와 맞물리면서 젊은 세대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2021년 골프 인구는 515만 명으로, 2017년 대비 33% 증가했다.
이 덕분에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간 골프용품 수입액은 6억9380만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을 1284원(5월 13일 종가 기준)으로 잡고 계산하면 약 8908억원이 된다. 올해 1~4월 월평균 골프용품 수입액은 7271만달러다. 이 흐름대로라면 2022년 연간 골프용품 수입액은 8억7252만달러로 작년 최고치를 1년 만에 넘어서게 된다.
골프용품 수입 호황은 엔데믹에 따른 소비 심리 회복과도 맞닿아 있다. 신세계(004170) 백화점은 올해 1분기 121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6%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 영업이익은 1050억원으로 2.6% 늘었다. 현대백화점(069960) 영업이익은 36.7% 증가한 889억원을 기록했다. 백화점 측은 "오미크론 확산세가 고점을 지난 후 소비 심리가 개선되면서 매출이 신장했다"고 분석했다.
◇ 물가 상승→임금 인상→물가 추가 상승 악순환 우려
문제는 거시경제 환경이 날로 악화하고 있어 엔데믹과 방역 조치 완화에 따른 소비 심리 회복이 지속할 수 있느냐다. 여전히 진행 중인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의 긴축 행보, 중국 경기 둔화 가능성 등의 대외 악재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고금리·고환율·고물가의 3고 위기가 우리나라 경제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기획재정부도 이달 13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 5월호에서 이런 우려를 드러냈다. 기재부는 "고용 회복 지속과 거리두기 해제 등으로 소비 제약 요인이 일부 완화하고 있다"면서도 "우크라이나 사태, 공급망 차질 장기화 등으로 투자 부진과 수출 회복세 제약이 우려되고 물가 상승세가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물가 상승이 임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해 소비 심리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한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5일 발표한 '최근 노동시장 내 임금상승 압력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최근 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노동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물가 상승이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는 이차효과(secondary effect)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했다.
근로자 입장에서 임금 상승은 반가운 일이지만, 지금처럼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물가 상승에 따른 임금 인상이 기업 비용 증가와 제품 가격 인상, 추가 물가 상승의 악순환 고리를 만들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진행한 산업연관분석에 따르면 임금이 1% 오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6분기 이후 0.3% 상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정부 한 관계자는 "근로자로선 임금 상승에도 불구하고 자금 사정이 나빠져 지갑을 닫고, 궁극적으로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