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숙용 토종닭의 판매 가격과 출고량을 담합한 9개 토종닭 신선육 제조·판매사업자들의 4년에 걸친 담합이 적발돼 시정명령과 과징금 5억9500만원이 부과됐다. 하림은 이번에 적발된 모든 담합 사건에 연루돼 있어 3억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회원사들의 토종닭 신선육 판매가격과 생산량, 출고량 등을 결정한 한국토종닭협회에 대해서도 시정명령과 함께 1억4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삼계탕 전문점에서 직원들이 삼계탕을 나르고 있다.

1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2013년 5월 29일부터 2017년 4월 26일까지의 기간 동안 총 4차례에 걸쳐 토종닭 신선육의 판매가격·출고량을 담합한 9개 토종닭 신선육 제조·판매사업자들을 적발했다. 하림, 올품, 참프레, 체리부로, 사조원, 마니커, 농협목우촌, 성도축산, 희도축산 등으로, 이들은 2016년도 국내 토종닭 신선육 도계량 기준 시장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했다.

◇토종닭 냉동비축해 공급량 줄이고 가격 인상 합의

토종닭 신선육의 판매가격은 도축 시세, 생계(살아있는 닭) 운반비, 제비용(인건비 등) 등 다양한 가격 요소로 구성된 산정식을 통해 책정된다. 이들은 토종닭 신선육 판매가격 산정식을 구성하는 가격요소 중 제비용, 수율 등을 공동으로 결정하거나, 토종닭 신선육 냉동비축량(출고량) 조절을 합의하는 등 다양한 담합 수단을 활용했다. 이 사건 담합은 농협목우촌을 제외한 8개 사업자들이 구성사업자로 가입된 토종닭협회가 주관한 간담회, 사장단회의 등을 통해 주로 이뤄졌다.

우선 이들은 공급량을 담합을 통해 통제했다. 하림, 올품, 체리부로, 사조원, 농협목우촌 등 5개사는 2013년 5월 29일 복(伏) 성수기를 앞두고 도계 시세를 올리고자 토종닭 신선육 총 13만4000마리를 냉동비축하기로 합의했다. 도계된 토종닭 신선육을 시중에 공급하게 되면 토종닭 신선육 공급량이 늘어나 판매가격이 하락할 수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토종닭 사업자 별 과징금 부과 내역./공정위

2015년 하반기에는 하림, 올품, 체리부로, 참프레, 마니커 등 5개사가 도계 시세가 지속적으로 하락하자, 이를 막기 위해 2015년 12월 21일과 24일에 걸쳐 토종닭 신선육 총 7만5000마리를 냉동비축하고, 이를 2016년 6월까지 시장에 유통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들은 가격도 담합했다. 하림, 참프레, 체리부로, 마니커, 성도축산 및 희도축산 등 6개사는 2015년 3월 19일 토종닭 신선육 판매가격 산정요소 중 하나인 제비용을 1100원으로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또 하림, 올품, 참프레, 체리부로 등 4개사는 2017년 4월 26일 토종닭 신선육 판매가격 요소 중 하나인 수율을 기존 70%에서 68%로 인하해 토종닭 신선육 판매가격을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수율은 토종닭 신선육 판매가격의 구성요소로서 제비용, 시세 등과 달리 이를 인하하게 되면 판매가격이 오른다.

공정위는 “이 사건 담합은 인위적으로 토종닭 신선육 판매가격을 상승시키려는 데 목적이 있었다”며 “토종닭협회가 작성한 수급조절 결과보고서 등 자료에 따르면, 담합 결과 상당한 수준의 시세 상승 효과가 나타났음이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제비용 인상, 수율 인하 담합의 경우 토종닭 신선육 판매가격을 구성하는 가격요소를 담합한 것으로서 그 자체로 즉시 토종닭 신선육 판매가격 상승효과가 나타났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토종닭 신선육의 유통 구조./공정위

◇협회, 토종닭 종계·종란 감축 결정

토종닭협회도 이번 담합에서 주요한 역할을 차지했다. 협회는 토종닭 신선육 생산량을 근원적으로 제한하기 위해 구성사업자를 대상으로 2011년 12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총 6차례에 걸쳐 토종닭 종계와 종란(종계가 낳은 알)을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종란을 줄이면 약 90일후부터 토종닭 신선육 생산량 감축 효과가 나타난다.

토종닭협회는 또 토종닭 신선육 출고량을 제한하고자 구성사업자를 대상으로 2013년 5월부터 2015년 12월의 기간 동안 총 4차례 토종닭 신선육을 냉동비축하기로 결정했다. 또 협회는  농업회사법인인 한협에 대한 토종닭 종계분양수 제한을 결정하기도 했다. 한협은 토종닭협회의 구성사업자로서 2015년까지 사육농가에게 토종닭 병아리를 독점 공급했다.

토종닭협회는 사육농가에게 토종닭 병아리를 독점적으로 분양·공급하는 한협을 대상으로 2012년, 2014년, 2015년, 2016년 연간 토종닭 종계 병아리 분양수를 제한하기로 했다. 이는 토종닭의 부모닭에 해당하는 토종닭 종계수를 감소시킴으로써 토종닭 생계(生鷄)수를 줄이고, 궁극적으로 토종닭 신선육 생산량을 제한하려는 데 목적이 있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토종닭 신선육 판매시장에서 발생한 담합 등 경쟁제한 행위를 최초로 적발·제재한 것”이라며 “국민식품인 닭고기를 대상으로 자행되는 담합 등 불공정행위는 근절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