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올해도 ‘총수 없는 대기업’ 지위를 유지한다. 김범석 전 의장의 국적이 미국임에 따라 외국인 동일인 지정이 문제없는지가 해결돼야 하는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와 달라진 사정이 없다”며 올해도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다.

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은 27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서 ‘2022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 관련 브리핑을 열고 “올해 김 전 의장의 동일인 지정 고려 시 지난해와 사정변경이 있는지 현장 조사까지 하면서 면밀히 검토했지만, 달라진 사정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더욱이 외국인 동일인 지정은 법적인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 제도적 상황이 완비되는 등 내년도 상황을 보고 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공정위에서 동일인 지정을 받으면 기업 거래의 투명성이 강화돼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설립 제한 대상, 순환출자금지 대상,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규제 대상 등 각종 제약을 받게 된다. 국내 재벌기업의 경우 보통 기업 총수가 동일인으로 지정돼 이런 규제를 받는다. 하지만 쿠팡의 경우 외국인의 투자 행위에 대한 규제로 해석될 소지가 있어, 미국인인 김 전 의장이 아닌 쿠팡 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돼 있다. 이에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다음은 김 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김재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2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및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과 관련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김범석 전 의장이 동일인 지정을 올해도 피했다. 이 문제로 현장 조사까지 나선 걸로 알고 있는데, 판단 근거를 이야기해 달라.

“지난해 주식회사 쿠팡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올해 자연인 김범석 전 의장을 동일인으로 바꿀만한 상황의 변화가 있었는지 면밀히 검토했다. 이례적으로 개인의 지분 변동이나 회사 소유, 친인척 회사 소유 등 현장 조사도 했다. 그 결과 지난해와 달라진 사정이 없단 것을 확인했다.”

-제도 미비 문제라고 봐야 하나.

“외국인 동일인 지정 자체가 외국인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고 형벌까지 부과할 수 있는 거라 신중한 법적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다. 이와 관련해 연구용역을 실시했고, 결과를 받은 상태다. 이를 토대로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법리적 검토가 충분히 이뤄지고, 제도적 상황이 완비하면 쿠팡의 문제가 논의될 수 있을 것 같다. 내년도 지정할 때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다. 다만 시장의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서 빠른 시간 내에 진행하겠다.”

-관련 제도 개선 추진과 관련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논의 중인 것이 있나.

“연구용역 결과를 제출 받아 개선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단계에 있어, 인수위와 논의 중인 게 있는지에 대해서 말하기 어렵다. 같은 이유로 법 개정 형태인지, 시행령을 다듬는 것만으로 해결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답변하기 어렵다.”

-두나무가 가상자산업계로는 처음으로 자산총액 합계액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과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이를 판단할 자산의 기준에 ‘고객 예치금’을 포함시키는지 여부가 논란이었는데 검토 결과 어땠나.

“두나무의 코인과 예치금을 들여다봤다. 두나무가 소유한 코인은 당연히 자산으로 포함했으나, 고객의 코인과 예치금이 두나무의 자산에 포함되는지를 살펴볼 여지가 있었다. 기업의 통제 가능성이 있고 경제적인 효익이 발생하는 경우를 통상 자산으로 본다. 그런데 고객 소유 코인은 두나무가 갖게 되는 효익이 없다고 봐 자산에서 제외했다.

예치금의 경우, 두나무 통제 하에 있으며 두나무가 경제적인 효익을 얻고 있으므로 자산으로 편입해야 한다는 것이 맞는다고 봤다. 게다가 자산총액에서 예수금 등 고객 자산을 제외한 공정자산을 기준으로 하려면 금융보험사여야 하는데, 두나무는 현재 법적으로 금융보험사가 아니다. 이론적 논리, 법적 논리에 근거했을 때 (자산에서 제외할) 명분이 없다고 판단했다.”

-두나무처럼 대기업집단을 넘어서 바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사례가 있었나.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갖게 되는 실질적인 의무론 무엇이 있나.

“두나무가 최초인 것으로 파악된다. 대기업 집단 지정 시 공정거래법에 따른 공시 의무, 총수 일가 사익편취 등이 금지된다. 상호출자제한집단은 여기에 더해 상호출자·순환출자·채무보증 등이 금지된다. 현재 파악하기로는 두나무는 채무보증이나 순환출자 등이 전혀 없어서, 현재로선 지정되더라도 사업 운영에 큰 어려움이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날 지정으로 5월 말까지 주식 소유 자료 등 제출하게 돼 있기 때문에 규제 대상이 되는지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을 거로 보인다.”

-두나무는 투자자 보호 문제가 같이 엮여 있다. 투자자 보호가 공정거래법의 영역은 아니지만, 경제력 집중 억제 등 취지에 비춰볼 때 이번 지정을 통해 입법 공백 등 문제가 불거지는 것 아닌가.

“두나무에도 투명한 공시 의무나 사익편취 행위에 대한 규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다만 두나무는 아직 가상자산을 거래하는 업권에 대한 업권법이 없는 상태다. 이용자 보호 건전성에 대한 감독에 부족한 면이 있다. 이를 위해 국회에 10여개 이상 법안이 발의된 것으로 안다. (법안 마련) 전까지 공정거래법 공시제도 등을 통해 정보를 공개하도록 해 입법 공백 등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상자산업이 추후 금융사로 분류될 경우 두나무의 지위에도 변동이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되면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만약 가상자산거래업이 통계청 표준 산업분류 상 금융보험업 코드를 받게 된다면 변화가 있을 듯 하다. 현재로서 두나무는 정보서비스업에 포함돼 있다. 향후 만약 업권 분류에 변동이 생긴다면, 당연히 우리 법에 따라 두나무의 고객 예치금은 자산에서 제외해야 할 것이다. 이후 그 자산의 수치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지난해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금융보험사의 경우, 금융보험사와 사모집합투자기구(PEF)로만 구성된 전업 집단이어야만 대기업 집단에서 제외된다. 미래에셋은 금융보험사이지만, 비금융 계열사를 갖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두나무도 이와 똑같은 기준을 적용 받게 될 것이다.”

-2024년부터 명목 국내총생산(GDP)에 연동해 0.5% 이상에 해당하는 자산 기업에 대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된다. 어느 정도 규제 완화가 이뤄지나.

“올해를 기준으로 한다면 47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 맨 끝에 위치한 한국타이어와 이랜드가 제외된다. 현재는 효과가 작지만, GDP가 계속해서 증가하면 제외되는 효과는 점점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에 GDP를 연동할 계획은 현재로서는 없다.”

-새 정부에서 대기업 규제 완화 이야기가 나온다. 이 중 친족 범위 축소와 관련한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나.

“친족 범위 조정과 관련해 인수위와 논의가 이뤄진 것은 맞다. 곧 국정 과제로도 발표될 예정인 것으로 안다. 발표가 되면 후속 작업을 신속히 진행해서 가급적 내년 대기업 집단 지정부터 반영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