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신임 총재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1250원을 향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현상에 대해 "미국의 기준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원화 약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원화 절하폭이 다른 주요국에 비해서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25일 한국은행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기준금리 조정을 통해 한국은행이 원화 약세를 어느 정도 방어할 계획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환율은 정책 변수가 아니라 시장 변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환율에 초점을 맞춰 금리 조정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 한국은행

이 총재는 "앞으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더 올리면서 원화가 더 절하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환율 방어를 위한 통화정책 결정은 적절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원화 절하폭은 엔화나 유로화 등에 비해 심한 편은 아니다"라며 "엔화의 경우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가 확대되면서 가치가 크게 떨어졌지만, 아직까지 원화는 달러화인덱스 상승폭과 비슷한 수준으로 절하됐다"고 했다.

향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과 속도과 관련해서는 기존의 원론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이 총재는 "성장과 물가가 모두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현재까지는 물가가 더 걱정되기 때문에 통화정책이 정상화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준금리 인상 속도는 성장과 물가 관련 구체적인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겠다면서 "5월과 7월에 금리를 계속 올릴지는 한 방향으로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성장은 우크라이나 사태, 유럽 경제 등 해외 요인이라는 변수가 있고, 국내 요인으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소비가 증가할 가능성도 있어서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물가에 대해서는 "유가, 곡물가격이 어느 정도 시차(lag)를 두고 영향을 줄지 봐야 한다"며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넘었는데 이보다 더 올라갈지 봐야 한다"고 했다.

나아가 "5월 기준금리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변수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라면서 연준의 금리 결정에 따른 자본 유출입이라 환율 움직임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단기적으로는 성장률이 오미크론 확산,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내외 요인에 따라 바뀔 수 있지만, 중장기 성장률은 고령화 등 구조적 변화의 영향으로 둔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한국 경제가 민간 주도의 생산성 제고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총재는 단기적으로는 금리인상을 시사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총재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정·통화정책보다는 민간이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성장 구조를 바꿔 장기 성장률이 크게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은행의 정책 목표에 물가·금융 안정 외에 고용 안정을 더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경기변동상의 고용안정이라면 정책 목표에 추가해도 괜찮다"고 했다. 다만 정치권에서 생각하는 고용 안정이 고용 창출이나 고용 극대화 등을 포함한다면 한국은행이 담당해서는 안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고용 창출은 민간이 해야 하는 일이지, 정부가 하려고 하면 굉장히 많은 부작용이 생기고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