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들어 20일까지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했다. 그러나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같은 기간 수입액은 25% 이상 늘었다. 그 결과 무역수지는 52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대로 4월 집계가 끝나면 월 기준 사상 최대 규모의 무역 적자로 남게 된다.
관세청은 올해 4월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이 362억85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9% 늘었다고 21일 밝혔다. 이 기간 조업일수는 15.5일로 작년과 같았다.
주요 품목별 수출액은 반도체(22.9%), 석유제품(82.0%), 자동차 부품(3.9%) 등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늘었다. 반면 승용차(-1.0%), 무선통신기기(-10.7%) 등은 감소했다. 이 중 석유제품은 고유가로 정제 마진이 높은 수준을 유지한 덕에 호실적을 낸 것이다.
상대국별로 보면 중국(1.8%), 미국(29.1%), 유럽연합(12.3%), 베트남(37.2%), 일본(9.6%) 등을 상대로 한 수출액이 증가했다. 홍콩(-32.3%) 등에 대한 수출은 감소했다.
이달 1~20일 수입액은 작년 동기 대비 25.5% 증가한 414억8400만달러로 집계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망 차질 심화로 원유(82.6%), 가스(88.7%), 석탄(150.1%) 등 에너지 분야에서 수입이 크게 증가한 게 전체 수입 증가에 영향을 줬다. 반도체(28.2%)와 석유제품(46.4%) 수입도 늘었다. 반도체 제조장비(-16.0%), 승용차(-8.5%) 등의 수입액은 줄었다.
상대국별로는 중국(8.8%), 미국(0.1%), 유럽연합(13.8%), 일본(4.1%) 등으로부터 수입액이 증가했다. 특히 각종 원자재 수입 물가 상승으로 사우디아라비아(104.2%), 호주(27.6%), 러시아(21.4%), 말레이시아(43.0%) 등 자원 부국에서 들여오는 수입 규모가 커졌다.
수출을 웃도는 수입의 영향으로 4월 들어 20일까지 무역수지는 51억99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의 무역수지는 20억달러 적자였는데, 적자 폭이 2.6배가량 커졌다. 4월 남은 기간에 적자 폭을 줄이지 못한다면 월 기준 가장 큰 규모의 무역 적자로 남을 전망이다. 종전 무역 적자 최대치는 올해 1월의 47억달러 적자였다.
연간 누계로 보면 올해 1월 1일부터 현재까지 무역수지는 91억5700만달러 적자다. 작년 같은 기간에는 77억6900만달러 흑자였다.
월 기준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작년 12월에 20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들어 2월에 잠시 흑자 전환했다가 3월부터 다시 적자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심화한 공급난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그에 따른 국제사회의 러시아 경제 제재 등이 겹치면서 원유·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20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0.19달러(0.2%) 오른 배럴당 102.7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6월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106.80달러를 기록했다.
에너지 수입액 증가는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16.46으로, 전월(114.95)보다 1.3% 높아졌다. 3개월 연속 상승이다. 손진식 한은 경제통계국 물가통계팀장은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공산품 지수가 계속 오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인 생산자물가가 상승하면서 4월 물가도 4%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