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과의 전쟁'에 나서면서 기준금리를 중립금리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립금리란 인플레이션을 부추기지도,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을 유발하지도 않는 수준의 금리를 뜻한다.

17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안팎에서 다음 달 3∼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기준금리를 중립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지난 11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중립수준인 2.25~2.5%까지 올리는 안을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이를 위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인상하는 '빅스텝'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튿날인 12일에는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가 "우리에게 있어 가장 좋은 금리 경로는 빨리 중립 범위(neutral range)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 지명자도 이날 기준금리 인상과 양적긴축(QT·대차대조표 축소)가 맞물리면서 연말에는 기준금리가 중립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13일 미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하반기까지 (기준금리가) 중립 이상(above neutral)으로 가길 원한다"고 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도 14일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기준금리를 조금 더 중립적인 수준으로 되돌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약 41년 만에 8%대로 올라서면서 연준 인사들의 기조가 한층 더 매파(긴축 선호)적으로 바뀐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이 연말까지 중립금리 달성을 위해 다음달을 포함해 최대 두 차례 빅스텝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미국의 중립 금리는 2.25∼2.5%로 추정된다. 이는 연준이 점도표를 통해 시사한 올해 말 금리 목표치(1.9%)를 훌쩍 뛰어넘는다.

현재 연 0.25∼0.50%인 미국 정책금리가 연말에 중립금리 수준까지 올라서려면 올해 남은 6번의 통화정책 회의에서 0.5%p 인상이 2회 필요하다. 그만큼 더 금리 인상 속도가 더 빨라질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중립 금리에 대한 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우리나라의 중립금리는 2% 초반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2월 "한은이 추정하는 중립 기준금리는 2.25∼2.50%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이주열 전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행이 추정하는 중립 금리 수준, 준칙금리 기준으로 비춰보면 기준금리가 연 1.5%가 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긴축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중립금리 수준으로 금리를 서둘러 올려야 하는 상황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주상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위원(의장 직무대행)은 지난 14일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1.5%로 0.25%p 인상한 후 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판단으로는 중립금리 이상으로 올릴 정도의 한계에 달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