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원희룡 인수위 기획위원장이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임명되면서 두 사람의 조합이 불러올 부동산 세제의 변화가 주목된다. 그들의 과거 부동산 정책 관련 발언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시장’이다. 집 값을 잡는 방법은 시장 거래를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부동산 관련 세금은 다주택자를 악(惡)으로 보는 정책의 시발점부터 다시 세우는 것으로 방향을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문재인 정부에서 도입된 부동산 정책이 대대적으로 수술대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표적인 것 3가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보유세 ▲재개발·재건축 규제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등이 꼽힌다.

왼쪽부터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인수위 제공

①다주택자 양도세·보유세

지난 7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앞서 공약집을 통해 부동산 세제를 부동산 시장 관리 목적이 아닌 조세 원리에 맞게 개편하고, 보유세는 납세자들의 부담 능력을 고려해 부과 수준과 변동폭이 조정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며 부동산 세제 개편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다주택자에 대한 부동산 양도소득세와 보유세가 대폭 완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추 후보자는 지난 10일 후보자 지명을 받은날 기자들을 만나 “특정 다주택자, 고가주택자 등을 갈라치기 하면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과도한 보유세·양도세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직접적으로 말했다.

그는 “소위 말하는 투기 수요 억제란 미명 아래 부동산 세제를 과도하게 동원해 세제 통해 국민 부담을 줬다”며 “이걸 통해 집값을 잡아보겠다는 접근이 현 정부에 광범위하게 있었는데 방향성이 잘못됐다”고 말했다. 추 후보자는 앞서 2020년 8월 20일 국회 기재위 정책 질의에서도 홍남기 부총리에게 “다주택자가 전부 범죄자냐, 투기꾼이냐”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홍 부총리가 당시 일부 갭투자가 문제라고 지적하자 추 후보자는 다시 “갭 투자가 범죄냐”라고 따져 묻기도 했다.

앞서 추 후보자는 보유세 정상화를 말했는데, 원 후보자는 더 급진적이다. 제주도지사이자 유력 대권후보였던 그는 지난해 6월 22일 정책자문그룹 ‘원코리아 혁신포럼’ 출범식 특별강연을 통해 “양도세와 보유세 전부 없애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방향을 놓고 연구하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국민의힘 정책총괄을 맡았던 원 후보자는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의 통합을 추진하겠다”며 “통합 이전이라도 종부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스1

②재개발·재건축 규제

추 후보자는 지난 10일 재개발·재건축에 대해서도 운을 뗐다. 그는 “재개발, 재건축 규제를 일정 부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인수위와 결이 닿아있다. 인수위는 재건축을 제한하고 있는 안전 진단 기준과 최소 30년으로 설정된 재건축 연한을 폐지하고, 재개발을 막는 노후도 기준을 없애 전국적으로 100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구상을 발표하기도 했다.

원 후보자는 앞서 대선 후보 때 재건축 연한과 노후도 기준 등 부동산 규제를 풀어 재건축·재개발로 주택 공급을 하겠다고 했다. 그는 “아파트 재건축을 막고 있는 주범, 문재인 정부의 ‘안전진단 기준’과 ‘재건축 연한’을 폐지하겠다”며 “문재인 정부에선 벽이 갈라지고 녹물이 나와도 재건축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원인을 그는 “안전 진단 기준을 어렵도록 변경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원 후보자는 재건축 규제 완화가 수도권 주택 공급 방법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당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과 연한을 폐지하는 공약을 당시 발표하면서 이를 통해 수도권에 30만가구 이상 공급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내 집 마련을 탄압하고 모든 국민을 월세 임대주택에서 살라며 ‘월세 소작농’을 강요하는 잘못된 주택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다만 원 후보자는 11일 출근길에서 일각에서 기대하는 문 정부 규제 이전으로 완전히 회귀하는 것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이날 “지나친 규제 완화나 시장에서 잘못된 시그널로 악용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신중할 뿐만 아니라,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교하고 신중하게 움직이겠다”고 말했다. 새 정부의 규제 완화 공약으로 인해 최근 집값이 꿈틀대고 있고 일각에서 규제 완화 정책의 속도 조절 필요성이 제기된다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는 “잘못된 가격 신호로 갈 수 있는 규제 완화나 공급은 윤석열 정부의 미래 청사진에는 없다”고 강조했다.

③임대차 3법

원 후보자가 대선 국면에서 강력하게 비판했던 정책 중 하나는 임대차 3법이다.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임대차3법에 대해 폐지 내지 축소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당시 제주도지사였던 원 후보자는 지난해 7월 임대차3법에 대해 “우선 시행 이전으로 돌려놓고, 시장친화적이고 시장에서 작동 가능한 임대차 보호 방안을 제대로 된 논의를 거쳐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임대차는 전세 인상률을 획일적으로 묶어놓고, 전월세 전환율을 금리와 무관하게 묶어놔서 세입자도 고통이고 집주인들도 미리미리 피해가려 하다보니 시장 자체가 극도로 교란되어 있는 상태”라고 비판했다.

다만 국토부 장관 후보자 지명 이후 그는 임대차3법 도입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그는 “일방적으로 약자가 피해를 보는 것에 대한 보호 장치라는 좋은 의도로 마련된 법”이라며 “임차인 보호와 주거 약자의 주거 안정은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임대차 3법이 시장에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고,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처리되다 보니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