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경제기획원(EPB) 입부 후 물가정책국에서 경제관료로서 경력을 시작했고, 과거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을 책임진 경제기획국에서 이력을 쌓았다.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이 합쳐 출범한 제정경제원에서는 경제정책국 종합정책과 총괄 계장(주무 서기관)을 거쳤다. 거시경제정책 실무를 취합하는 위치로, '장래의 장차관감'이라는 평가를 들어야 앉을 수 있는 자리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을 이끈 김동연, 홍남기 전현직 부총리와 같은 EPB 출신이기는 하지만, 예산실 출신인 두 사람과 달리 거시경제·정책기획 부문에서 경제를 바라보는 거시적인 안목을 길렀다. 박근혜 정부 초대 기획재정부 1차관으로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수립을 주도한 것도, 오랫동안의 경제정책국 근무 경험이 토양이 됐다. 시장경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정부가 끊임없이 규제개혁 등 경제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구조개혁론자의 풍모를 갖고 있다.

추 후보자는 인재가 넘쳐나는 구 재정경제원, 재정경제부에서 최연소 승진 기록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 했다. 탁월한 업무 역량 덕분이었다. 청와대와 국제기구 파견 근무를 거친 후에는 EPB 출신으로서 최초로 금융정책국 은행제도과장 보직을 받았다. 재무부와 EPB 사이의 오래된 장벽을 깬 인사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외환은행의 론스타 매각 사태 당시 실무 등을 처리한 후 금융정책과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후 금융위 금융정책국장, 부위원장 등 금융관료로서 이력의 정점을 찍었다. 후배들 사이에선 지장(知將)과 덕장(德將)의 리더십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추경호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조선DB

◇꼼꼼한 '분석→진단→수술' 경제, 외과의사 스타일 추경호

"론스타 펀드에 외환은행 지분 취득을 허용하는 게 나중에 비판과 책임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책판단에 대한 책임을 두려워해 론스타의 외환은행에 대한 투자를 받지 않고 대형은행이 부실화돼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었다. 외환은행이 자본유치에 성공하지 못한 상황에서 2003년 하반기 LG카드 등 카드사 문제를 맞이했다면 우리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았을지 의문이다. 그러한 결정에 동참했던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은행제도과장으로서 2003년 외환은행후 매각 실무를 책임진 추 후보자는 3년 뒤인 2006년 4월 청와대 국정브리핑에 이런 기고문을 싣는다. 이 글은 공직자로서 추경호 후보자의 소신과 철학을 보여준다.

한 기재부의 국장급 간부는 추 후보자에 대해 "근면성실은 기본이고, 빠른 상황 판단과 꼼꼼한 분석력 그리고 빠른 실행력을 갖춘 선배 관료"라고 했다. 그는 "추 후보자는 과거 관료 시절 눈에 보이는 경제지표를 좋게 만드는 대증요법식 정책을 싫어했다"면서 "근본적인 문제점을 찾아내서 고치는 외과의사 스타일의 경제관료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추경호 후보자에 대한 관료 사회의 평판은 '정밀 분석형 실행가'다. "빠른 상황 판단과 정밀한 분석력으로 같은 일을 하더라도 남들보다 결과물이 항상 좋았다"고 한 경제부처 장관 출신 전직 관료는 표현했다.

30년 이상 경제정책과 금융정책을 두루 섭렵한 '정통 기획통(通)'으로 장관급 국무조정실장으로 공직을 마친 추 후보자는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구 달성군 선거구에 새누리당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했고, 2020년 21대 총선에서도 재선에 성공했다.

국회에서도 그는 치밀한 분석력으로 초선 때부터 정책위원회 부의장에 임명됐고, 2017년 여의도연구원장을 지냈을 정도로 당 핵심에서 활약했다. '중진 같은 초선의원'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여의도에서 이만한 경력을 보유한 경제 관료 출신 의원은 찾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번 대선에서는 원내 수석 부대표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를 맡아 윤 당선인의 선거운동을 측면에서 지원했다.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기획조정분과 간사로서 여성가족부 폐지 등 정부조직개편을 9월 정기국회 이후로 미루는 결정을 내리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조직 개편 등으로 정부 출범에 차질을 빚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文정책, 저격수 '추경호'... 재정건전성 정상화 '착수'

추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해 온 인물이기도 하다. 2019년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를 2022년까지 3년 연장하는 내용을 포함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매년 20조원이 넘는 막대한 초과 세수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서민·중산층 대상으로 세금을 더 거두려는 것은 경제를 파탄 내려고 작정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를 일찌감치 예고한 인물이기도 하다. 추 후보자는 2016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인위적 임금상승과 소득증대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나는 생산성 주도 성장을 화두로 제시한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생산성 주도 성장' 이론을 처음으로 언급한 것이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민간 중심의 혁신성장'이라는 슬로건과 의미를 같이 한다. 큰 그림에 강한 추 후보자는 당시, "산업과 노동시장의 구조개혁을 통해 임금과 소득이 함께 증대돼야 한다"며, 소득주도성장을 정면 반박했다.

그간 추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와 여당의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에 가장 큰 '걸림돌'로 평가됐다. 추 의원은 기재위 전체회의와 국민의힘 의원회의 등에서 부채를 기반으로 한 확장적 재정정책은 미래 세대에 부담이 되고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반대 목소리를 높여왔다.

추 후보자는 윤 당선인의 적자국채 발행 최소화 취지에 맞춰, 재정지출 효율화와 선별지원, 재정건전성 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추 의원은 2019년 문 정부의 잇따른 추경 등 확장적 재정 정책 기조에 반대하며 "앞으로 추경호가 아니라 '추경불호'로 불러달라"고 말한 바 있다. 돈 뿌리식 추경으로는 경제 활성화가 어렵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추 후보자의 발탁으로 정부의 재정건전성 정상화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중 10번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면서, 2017년 660조2000억원이던 국가채무는 올해 1064조원에 육박하게 됐다. 국민 1인당 국가채무가 2000만원인 셈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윤 당선인이 정부의 지출 구조조정과 재정준칙 확립 등 이른바 재정건전성 정상화를 최우선 순위 국정과제로 삼고 있다"며 "다만, 현 정부에서 마련한 재정준칙은 과도하게 복잡하고 아직 법제화가 안된 만큼, 윤 당선인의 재정준칙 도입 공약과 관련해, 이른바 '윤석열표 재정준칙'을 새로 만드는 방안을 추진할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