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고채 금리가 치솟으면서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르면 다음주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채권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시장 안정을 위해 국고채(국채) 단순매입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대출금리의 근거가 되는 3년물 국채 금리도 덩달아 오르는데, 한은의 국채 단순매입 조치는 10년물 이상의 장기물을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시장 안정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채권시장에서는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조만간 10년물과 3년물 금리 스프레드(격차)가 역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중구 한국은행의 모습.

◇ 국채 3년물 금리 장중 3% 돌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행보와 정부의 50조원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우려가 맞물리면서 채권시장은 연초부터 약세를 보였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일 서울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062%포인트(p) 오른 연 2.941%에 마감하면서 연고점을 경신했다. 오전중에는 일시적으로 3%를 돌파하기도 했다. 3년물 금리는 올해 들어서만 1.143%p 오르는 등 발작 수준의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국채 3년물 금리는 대출금리의 선행지표인 만큼,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049%p 상승한 연 3.129%에 거래를 마쳤다. 이로써 10년물과 3년물 간 장단기 금리차는 0.188%p로 좁혀졌다. 국채 5년물 금리도 0.068%p 오른 연 3.097%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 가팔라진 국채 금리 상승세에 놀란 한은은 지난 4일 시장 안정화를 위해 2조원 규모의 국고채 단순매입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국고채 단순매입은 시장금리의 일시적인 급변동을 완화하기 위해 한은이 활용하는 공개시장운영 수단이다. 중앙은행이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를 직접 매입하는 직매입과 달리 유통시장에 풀린 국채를 사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10년물 이상 장기물 금리 변동성이 크다고 보고, 장기물 금리 급등에 따른 시장의 과도한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단순매입을 결정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에 좌우되는 중단기 국채 대신 국외 요인과 일시적인 수급 불일치 영향을 받는 중장기 국채를 주로 사들인다는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4월 기준금리 인상시 장단기 금리 역전 가능성”

한은의 단순매입 조치는 금리 상승폭을 일부 제한하는 데는 기여했지만 전반적인 상승 추세를 막지는 못했다. 미 연준이 이르면 오는 5월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인상하는 ‘빅스텝’을 예고하는 등 긴축 강도가 강할 것이란 전망이 국채 금리를 밀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행보에 한은도 이르면 이달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점도 국채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은의 국채 매입이 중장기물 위주로 이뤄진 데다, 앞으로 2~3년물에 대한 단순매입이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이 채권시장 투자심리 회복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창용 차기 한은 총재 후보자도 단기물 금리는 기준금리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한은이 지난달 말 국고채 단순매입을 하지 않은 데 대해 “한은 입장에서 보면 펀더멘탈을 벗어나 시장이 불안한 상황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시장이 뛰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3월 28일에는 개입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 것 같고, 저는 올바른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4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연말 국채 최종 기준금리 수준이 높아지면서 국고채 10년물과 3년물 금리차도 역전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채권시장 “추가 단순매입 필요”

채권시장에서는 미국의 긴축과 추경 등 대내외 악재로 투자심리가 크게 훼손된 점을 감안해 한은이 몇 차례 추가 단순매입을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번 국채 단순매입도 효과가 있었지만, 현재 시장 상황을 보면 6월까지 약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앞으로도 여러 차례 단순매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한은이 장기물 위주로 국고채 매입을 하더라도, 시장 안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국채를 사들인다고 예고한 것만으로도 투자심리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과거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처럼 특정 기간까지 국채를 몇 차례 매입하겠다는 식의 가이던스를 주거나 블러핑(bluffing·허풍)을 세게 하고 실제 행동은 그렇게 하지 않는 것도 효과가 있다”고 했다.

다만 한은은 추가 단순매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결정을 앞두고 있는 데다, 총재 공백 상태에서 적극적인 시장 안정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한은 관계자는 “시장 관계자들과 꾸준히 소통하면서 애로사항을 경청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