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31일 다주택자의 주택 양도소득세에 대한 중과세율 적용을 다음 달부터 1년 동안 한시적으로 배제하자고 문재인 정부에 제안했다. 오는 6월 1일로 예정된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일 이전에 다주택자가 집을 내놓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다만 이번 인수위의 제안은 현 정부가 수용해야 즉각 시행될 수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인수위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당장 4월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유예가 가능하다. 하지만, 수용 불가 쪽으로 결론을 내린다면, 윤석열 당선인의 취임 이후인 5월 11일부터로 양도세 중과세율 배제가 시행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관가 안팎에서는 오는 6월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종부세 완화 기조를 이어갔던 현 정부가 인수위의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을 좀 더 높게 보고 있다.
31일 최상목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는 서울 통의동 인수위 브리핑룸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율 배제는 과도한 세 부담 완화와 부동산 시장 안정 차원의 조치로, 국민 여러분께 약속한 공약"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3월 23일 발표한 공시가격이 크게 상승해,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대응 조치를 우선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 정부에서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배제 방침을 4월 중 조속히 발표하고, 발표일 다음날 양도분부터 적용되도록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을 요청한다"며 "현 정부에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새 정부는 출범 즉시 시행령을 개정하고 5월 10일 다음날 양도분부터 양도세 중과를 배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즉, 현 정부가 인수위의 제안을 받는 경우 당장 4월, 받지 않을 경우 5월부터로 양도세 중과 배제 시점이 달라진다는 의미다. 현 정부의 결정에 따라 다주택자들이 주택 매매를 결정할 수 있는 기간이 한달정도 달라지는 셈이다.
일단 기획재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인수위의 제안에 대해 "현 정부에서 검토 후 결정이 내려진 후에 세부 사항을 준비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재부가 특별한 입장을 밝힐 만한 사안이 아니며, 고위급의 의사결정이 있어야 하는 부분"이라며 "어차피 5월 11일 이후 양도분은 중과 배제되는 것이 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주택 매매를 고려하는 다주택자라면 잔금을 그 이후에 치르면 양도세 중과가 배제된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전문가들과 관가 안팎에서는 이런 기재부의 원론적인 반응과 상관없이 인수위의 제안을 현 정부가 수용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 정부도 양도세 완화를 약속한 만큼, 인수위의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 시장에 매물을 내놓을 기회를 주자는 차원의 발표였고, 당초 공약에서 2년을 약속했는데 1년으로 발표한 것은 전반적으로 부동산 관련 세금을 손질하기 위한 절차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인수위의 제안을 받지 않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민심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으로 보인다. 현 정부의 부동산 세제 정책 기조에 변화가 이미 감지되기 시작했다.
지난 23일에 정부는 '2022년 공동주택가격(안) 열람 및 부담 완화 방안'을 통해 올해 1세대 1주택 보유자의 재산세·종합부동산세 과세표준을 산정할 때 작년 공시가격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때 정부는 정부는 공시가격 상향을 골자로 하는 공시가격 현실화(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을 높이는 것)의 속도 조절도 예고했다. 공시가격 현실화는 국토교통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사업이었으나, 사실상 브레이크가 걸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