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000660)는 지난해 인텔 낸드플래시·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 부문을 약 10조원 규모로 인수했다. 이는 지난해 기업결합 건 가운데 규모가 가장 컸다. NH투자증권은 최근 SK하이닉스의 이 같은 기업 결합에 대해 "과거 SK하이닉스의 취약점이었던 낸드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지난해, 포스코에너지는 신안그린에너지의 주식을, SK E&S는 부산정관에너지의 주식을, 한국남부발전은 오미산풍력발전·금성산풍력발전 주식을 취득했다. 대규모 발전업자들이 신재생 에너지 부문 확충을 위해 태양광, 풍력, 폐열 친환경 발전기업의 주식을 사들인 것이었다.
지난해 이 같은 기업결합이 활발하게 체결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심사했던 기업결합 건이 1981년 이후 처음으로 1000건을 돌파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대기업 집단(공시대상 기업집단)의 적극적인 인수합병이 나타났다.
공정위가 30일 발표한 지난해 심사한 기업결합 동향에 따르면, 이 기간 기업결합 건은 1113건이었다. 기업결합 심사제도를 도입한 1981년 이래 처음으로 1000건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건수는 865건에서 248건(30.3%) 증가했고, 금액은 138조8000억원 증가한 349조원(66%) 늘었다. 이 가운데 국내기업에 의한 기업결합은 건수는 1년 전 732건에서 954건으로 30.3% 늘었다. 금액은 36조1000억원에서 64조5000억원으로 64.5% 늘었다.
◇대기업 기업결합, 건수 33.9%, 금액 179.7% 증가
대기업 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의한 결합은 건수와 금액 면에서 증가율이 전체 평균을 웃돌았고, 최근 10년간 건수와 금액의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대기업 집단의 기업 결합 건수는 213건에서 298건으로 39.9% 증가했다. 금액은 11조8000억원에서 33조원으로 179.7% 증가했다.
지난해 기업결합 신고를 가장 많이 진행한 공시대상기업집단은 에스케이(25건), 미래에셋(21건), 카카오(17건), 한국투자금융(15건), 롯데(14건) 순이었다. 미래에셋, 한국투자금융의 경우 투자대상회사에 대한 임원 겸임, 사모투자합자회사 설립이 대부분이어서, 사실상 실질적으로 회사를 인수한 곳은 에스케이와 카카오 롯데로 해석할 수 있다.
국내 기업의 인수합병이 과감해진 것이 역대 최대 규모 기업 결합 기록에 영향을 미쳤다.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플래시와 SSD 사업부문 인수하는 등 글로벌 기업에 대한 대규모 기업 결합을 추진했다. 포스코의 경우 중국 HBIS그룹과 해외기업과의 합작회사를 설립해 세계적인 공급망 재편에 대응했다.
또 플랫폼 관련 기업결합(36건)이 다양한 사업영역에 걸쳐 이뤄졌다. 대부분 사업 영역이 다르고 수직적인 거래관계에 있지 않은 사업 부문 간의 혼합결합(19건)에 해당하는 형태가 많았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현대캐피탈의 차량대여 사업부를 영업양수했고, 카카오가 의류 판매 플랫폼 '지그재그'를 제공하는 크로키닷컴의 주식을 취득했다. 또 네이버는 온라인 팬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위버스컴퍼니의 사업부문을 영업양수했다.
◇전기차, 폐기물 처리 등 친환경 기업결합
지난해 기업 결합 사례 가운데는 기업에 대해 '친환경'을 강조하는 사회적 목소리가 커지면서, 대기업들이 관련 기업들을 인수하는 사례가 증가했다. 신용희 공정위 기업결합과장은 "친환경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져 제조업 분야에서는 전기차, 신재생에너지와 관련된 결합이, 서비스업 분야에서는 폐기물·하수 처리업 등과 관련된 결합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전기차와 관련, 전기차 상용차 뿐만 아니라, 전기차의 핵심부품인 리튬이온·수소전지나 충전소 등 전기차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기업결합이 있었다. 현대차그룹과 엘지에너지솔루션회사는 합작 회사를 설립했고, BYD 오토인더스트리와 도요타회사의 자회사인 히노자동차가 합작회사를 세웠다. 또 지에스에너지는 충전소 사업을 위해 지커넥트의 주식을 취득했다.
대규모발전업자의 태양광, 풍력, 폐열 등 친환경 발전기업에 대한 주식 취득이 다수 발생했다. 포스코에너지의 신안그린에너지, SK E&S의 부산정관에너지, 한국남부발전의 오미산풍력발전·금성산풍력발전 주식 취득 등이 대표적 사례다.
외국기업에 의한 기업결합은 코로나19로 위축됐던 2020년에 비해 건수(133→159건, 19.5% 증가)와 금액(174조1000억→284조5000억원, 63.4% 증가) 모두 반등했다. 특히 국내기업에 대한 외국기업의 기업결합이 크게 반등하며 최근 5년 중 가장 많은 건수를 기록했다.
신 과장은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외국기업에 의한 기업결합도 다시 반등하며 우리 기업에 대한 해외 기업들의 관심도 회복세"라며 "결합 건수는 최초로 연간 1000건을 넘어서고, 글로벌 기업결합, 디지털 기술 분야 기업결합, 플랫폼 관련 기업결합 등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기업결합이 다수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효과적 대응 방안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