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와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인한 원자재 가격 급등이 건설자재 가격을 밀어올리면서 국내 건설사의 수익성이 나빠지고 건설경기 회복 속도 역시 둔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29일 발표한 ‘건설투자 회복의 제약 요인: 건설자재 가격 급등의 원인과 영향’이라는 제목의 ‘BOK이슈노트’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약 15.2%를 차지하는 건설투자는 2018년 이후 장기간 조정 국면을 지속하다가 지난해 말부터 완만하게 회복되기 시작했다. 다만 최근 들어 회복 흐름이 더딘 모습을 보였는데, 보고서는 건설투자의 회복을 제약하는 대표 요인으로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건설자재 가격 급등과 이에 따른 수급 차질을 꼽았다.

경기 안양시에 위치한 레미콘 공장의 모습.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자재 가격은 지난해 1분기 이후 빠르게 상승해 4분기 28.5%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2008년 4분기(30.2%) 이후 약 13년 만에 최고치다.

전체 건설자재 가운데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뛴 품목수 비중도 2020년 말 8.9%에서 올해 초 63.4%로 크게 확대됐다. 가격 오름세가 건설자재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모습이다. 보고서는 “건설자재 가격 급등은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 일부 자재 공급 부족, 국내외 자재 수요 증가 등 여러 수급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중에서도 수요 요인보다는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을 포함한 공급 요인의 영향이 더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건설자재 가격 상승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이 51.1%를 차지했다. 품목별로는 철강 등 금속제품 가격이 전체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건설자재 가격 추이 / 한국은행

이번 건설자재 가격 상승기는 건설투자의 증가를 동반하지 않고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고, 가격이 치솟은 품목 비중이 높다는 점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이후 3번의 건설자재 가격 상승기가 나타났는데, 이번 상승시는 2007~2009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로 발생한 가격 상승기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문제는 건설수주와 건설기성 간 평균 1~3년의 시차를 고려하면 건설자재 가격 급등이 향후 건설사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건설경기 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분석 결과, 지난해 건설자재 가격 오름세가 중간투입비용 12.2%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건설업 부가가치를 15.4% 축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주요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확대된 만큼, 당분간 건설자재 가격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지속될 것이라고 한국은행은 전망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건설자재 가격 안정화가 더디게 진행되는 데다 건설경기 상방 리스크도 축소된 것으로 추정되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건설투자는 다소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