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윤석열 당선인에 보고할 업무보고 준비에 본격 착수한 가운데, 업무보고 자료에 탈원전 정책의 폐기와 신재생 에너지 정책의 속도 조절을 선언하는 내용을 담을 것으로 확인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되어온 두 정책은 최근 유가상승 등 인플레이션 상황과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에너지 수급불안, 가격급등을 초래하고 있다.

이에 지난 2월 문 대통령은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현안 점검회의’를 주재하며 건설이 지연된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6호기의 조속한 가동을 주문하면서 “원전이 지속 운영되는 향후 60여 년 동안은 원전을 주력 기저전원으로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사실상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실기를 인정한 셈이다. 이에 윤석열 당선인(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은 “정권의 잘못된 판단으로 허송세월했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12월 경북 울진군 신한울원자력 발전소 3,4호기 부지에서 원전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22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산업부, 국회 등에 따르면, 산업부는 오는 24일 인수위 업무보고를 하기로 확정했다. 업무보고 자료에는 문 정부의 급격한 탈원전 정책 추진으로 발생한 에너지 수급 부족, 전력생산비용 증가, 주민수용성 부족, 원자력 산업 생태계 몰락 등 여러 부작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탈원전 정책의 폐기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인수위는 각 부처에 전달한 업무보고 작성지침을 배포하면서, 지난 5년 간 현 정부가 추진한 핵심정책의 성과와 문제점에 대한 분석을 포함해달라고 요구했다. 현 정부에서 추진한 정책들이 어떤 점에서 성과가 있었고 한계가 있었는지, 추진과정에서 문제점이 뭐였는지 들여다 보고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산업부는 업무보고 자료에 향후 5년 간 원전 정책을 어떻게 끌고 나갈지에 대한 구체적인 밑그림도 담겠다는 의지다.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는 사전 제작 등으로 7000억원 넘게 투자했지만 2017년 문 정부가 공사를 중단한 신한울 3·4호기의 공사재개와 내년 4월 고리 2호기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설계 수명(30~40년)이 끝나는 원전 10기를 차례로 폐기하려던 문 정부 정책의 백지화를 거론할 가능성이 있다.

또 문재인 정부 5년 평균 70%대 초반에 그친 원전 가동률을 85%로 끌어올리는 방안도 예상된다. NDC내 원전 비중을 높이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이 밖에 윤 당선인의 공약이던 수소병합 원전을 개발수출과 SMR(소형모듈원전) 국내실증 및 기술개발 등도 언급될 가능성도 있다.

올겨울 원자력발전 전력거래량이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과 올 1월 전체 전력거래량 중 원전 비중은 30%를 넘었다. 올겨울 원전가동률도 90%를 기록했다.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치솟고 겨울철 태양광 발전량이 줄어드는 와중에 원전이 ‘기저전원’으로서 존재감을 나타낸 것이다. 특히 원전의 발전단가는 LNG의 4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해, 최근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원전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산업부는 문 정부의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업무보고에 담을 예정이다. 막대한 투자금이 집행에도 낮은 전력생산 기여도를 비롯해, 산림파괴, 태양광 정책으로 지급된 보조금이 대부분 중국산으로 채워진 점 등에 대해 보고할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시대적 흐름과 이미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만큼,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폐기가 아닌, 속도조절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관계자는 “산업부의 주요 정책은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전환인데, 급속한 두 정책의 추진으로 발생한 부작용을 업무보고 자료에 포함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그 표현 수위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윤 당선인은 후보자 시절부터 원전 정상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강감찬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산업정책과장 등 인수위 구성만 봐도 원전 등 에너지 정책의 개혁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의 감사를 주도하다 좌천된 감사원 유병호 국장도 인수위 전문위원으로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 캠프에서 탈원전 등 에너지 공약을 주도했던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새정부의 취지는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의 조화를 이룬다는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 정부의 NDC 원자력 에너지원 비중 목표가 24%였다면 새 정부에서는 35%로 11% 가까이 올리고 재생에너지는 30%에서 20%로 낮춰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신한울 3·4호기 조기 가동, 노후 원전 지속 가동, 현 70% 수준의 원전 가동률을 85% 수준까지 끌어올릴 경우 가능하다. 미국의 경우 원전 가동률이 92% 수준이라 충분히 여유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