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후보가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가운데 재정 당국의 관심은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쏠리고 있다. 윤 당선인은 공약집 최상단에 “50조 원 이상의 재정 자금을 확보해 정당하고 온전한 손실 보상을 하겠다”고 적은 바 있다. 2차 추경의 구체적인 규모와 내용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출범한 다음 다듬어질 예정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인수위의 추경 재원 마련 방식을 주시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선 인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尹, 코로나 위기대응 TF 꾸려 피해 지원안 구체화 예정

13일 정부·정치권 등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오는 5월 취임 후 100일간 ‘코로나 긴급 구조 프로그램’을 시행해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에 대한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윤 당선인은 규제 강도와 피해 정도를 따져 소상공인에게 최대 5000만 원을 지원하고, 국세청·지방자치단체가 보유한 행정자료를 근거로 지원액의 절반을 먼저 보상하겠다고 했다. 그는 후보 시절 “대통령이 되면 즉시 기존 정부안(방역지원금 300만 원)과는 별개로 600만 원을 추가해 최대 1000만 원을 지원하겠다”고 한 바 있다.

또 윤 당선인은 소상공인·자영업자·중소기업의 기존 대출금 만기를 연장하고, 세금·공과금·임대료·인건비 등에 관한 세제 지원에도 나서겠다고 했다. 소액 채무 원금을 90%까지 감면해주는 방식의 긴급 구제식 채무 재조정도 공약집에 담겼다.

인수위는 조만간 조직을 갖추는 대로 ‘코로나 위기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윤 당선인의 코로나19 피해 지원 공약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소상공인에게 방역지원금 600만 원을 추가 지급하고 손실보상 제도도 손보는 방식이 될지, 손실보상 제도만 개편해 보상액을 늘려주는 방식이 될지는 TF 논의 과정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올해 초 소상공인 320만 명에게 300만 원의 방역지원금을 지급하며 총 9조6000억 원의 예산을 썼다. 윤 당선인의 공약대로 600만 원을 추가 지급하려면 19조2000억 원이 더 필요하다. 여기에 손실보상 제도 개편까지 고려하면 추경 규모는 20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등한 국제유가 등 에너지 관련 대책도 2차 추경에 담겨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정부는 4월 말로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를 3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세수는 1조3000억 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만약 유류세 인하율을 확대하면 세수 감소분은 더 늘어난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지금보다 더 오르면 유류세 환급, 저소득층 유가 보조금 등 재정이 들어가는 사업을 추경에 포함해야 할 수도 있다.

서울 동작구청 손실보상 전용 창구를 찾은 소상공인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 국채 발행 없이 재정 확보 가능할까

걸림돌은 심상치 않은 고(高)물가 상황과 재원 마련 방안이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개월 연속 3%대를 웃돌았다. 곧 4%대로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차기 정부가 수십조 원 규모의 추경을 실시해 시중에 대규모 유동성을 풀면 물가 상승 압력은 그만큼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재원 마련 방법과 관련해 윤 당선인은 재정 건전성의 급격한 악화를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따라서 새 정부는 4월 이후 세계잉여금으로 처리되는 지난해 초과세수와 올해 본예산 지출 구조조정 등을 통해 재원 마련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올해 초 첫 번째 추경을 편성하면서 11조3000억 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한 상황이라 지난해 초과세수 중 일부는 이를 갚는 데 써야 한다. 본예산 지출 구조조정에도 한계가 있다. 올해 예산 607조7000억 원 가운데 절반은 복지 등 의무지출에 쓰인다. 나머지 절반의 재량지출에서도 줄일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 당선인이 언급한 50조 원을 2차 추경으로 모두 편성한다면 적자국채를 추가 발행해야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국가채무는 1075조7000억 원에서 더 불어나고, 국채시장도 혼란을 겪을 수 있다. 172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는 점도 재정 마련 과정의 장애물이다.

그간 윤 당선인의 경제통(通)들은 국채를 추가로 발행하지 않고 올해 예산을 구조조정하겠다고 수차례 공언해왔다. 세출 구조조정은 올해 예산에 담긴 사업에 들어가는 돈을 줄이거나 없애는 방식으로 추경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이다.

윤 당선인 선거대책위원회에서 경제정책본부장을 맡은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 11월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정부의 영업 제한으로 피해 입은 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50조 원은 전국민 재난 지원금, 소비쿠폰·캐시백 같은 무리한 경기부양, 한국형 뉴딜 등 비효율적 예산 지출만 줄여도 충당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