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야기한 국제유가 급등이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국책연구원 분석이 나왔다.

조선소가 몰린 경남 거제시 전경. / 연합뉴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발간한 '3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완만한 경기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대외 여건에 대한 우려로 경기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됐다"고 밝혔다.

KDI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국제유가를 비롯한 주요 원자재 가격이 수급 불안 우려로 급등하면서 우리나라 경제에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6일(현지시각) 브렌트유는 장중 한때 139.13달러까지 치솟았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도 장중 130.50달러까지 뛰어올랐다. 미국이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를 검토한다는 소식과 이란 핵 협상 타결이 지연된다는 소식이 유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KDI는 이런 지정학적 리스크가 수출 관련 불확실성도 확대한다며 "경제 제재에 따른 하방 위험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KDI는 지난해 말부터 우리 경제에 대해 경고음을 냈다. '경기 하방위험 확대'라는 표현은 12월 경제동향부터 이번 3월호까지 4개월 연속 등장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 우리나라의 전(全)산업 생산은 전월보다 0.3% 감소했다. 작년 7월(-0.8%)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1.9% 줄었다. 전산업 생산과 소매판매가 동시에 감소한 건 2020년 3월 이후 1년 10개월 만이다.

또 향후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0.1로, 0.1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7월 이후 7개월 연속 하락세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2018년 6월부터 2019년 2월까지 9개월 연속 하락한 뒤 약 3년 만에 최장기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 회복세가 꺾인 것까지는 아니고 수출도 양호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2월 말 이뤄진 만큼 이와 관련한 국내 영향은 아직 본격화하지 않았다는 게 KDI의 시각이다. KDI는 "소비자물가가 석유류와 개인 서비스 가격을 중심으로 높은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최근 국제유가 급등이 추가적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석유류는 가격 상승 폭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KDI는 코로나19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줄어드는 추세라고 봤다. KDI는 "최근 우리 경제는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이 양호한 증가세를 지속하고 건설업 부진도 완화하면서 완만한 경기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또 KDI는 "서비스업 생산이 금융·보험업을 중심으로 소폭 감소했으나 주요 대면 업종 생산이 일부 반등하고 고용도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코로나19 확산의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인 모습"이라고 했다.